전이경(38)과 진선유(26),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전이경은 1994년 릴레함대회 1000m와 3000m 계주, 1998년 나가노대회 1000m,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 올림픽 2회 연속 2관왕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진선유는 여고생 레전드였다. 2006년 토리노대회에서 1500m, 1000m,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선수 최초로 올림픽 단일대회 3관왕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당시 진선유는 18세, 여고생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개척해야 할 미지의 세계는 있다. 여자 500m다. 여자 쇼트트랙대표팀이 13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첫 신화에 도전한다. 오후 7시부터 시작되는 여자 500m에 출전한다. 8강, 4강, 결선이 차례로 열린다. 금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진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아직 500m 정복하지 못했다. 첫 발은 뗐다. 다관왕을 꿈꾸는 '차세대 여왕' 심석희(17·세화여고)를 비롯해 밴쿠버에 이어 다시 도전장을 낸 박승희(22·화성시청), 다크호스 김아랑(19·전주제일고)이 10일 가볍게 예선을 통과했다. 준준결선에는 박승희가 1조, 김아랑이 3조, 심석희가 4조에 포진했다.
단거리인 500m는 왕멍(29·중국)의 천하였다.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에서 2연패에 성공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도 500m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아성이었다. 하지만 소치에 왕멍은 없다. 지난달 훈련 도중 오른쪽 발목이 부러지며 올림픽 출전 꿈을 접었다.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올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랭킹만 보면 왕멍에 이어 판커신(중국)과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가 2, 3위에 포진했다.
그래도 틈새를 노릴 수 있다. 여자 대표팀에선 올시즌 헝가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박승희가 500m에서 선두주자다. 월드컵 랭킹도 4위에 포진해 있다. 소치 조직위원회가 대회 자료를 배포하는 공식 인포에서도 500m 우승후보로 꼽혔다. 조직위는 '500m 랭킹 1위이자 최강 왕멍의 부상 불참으로 박승희가 한국에 이 종목 첫 번째 금메달을 안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승희는 이에 대해 "아이구, 제가요? 어디서요?"라고 놀라면서도 "어머, 어떻게 감사하네요"라며 활짝 웃었다. 내심 금빛 질주를 노리고 있다.
4년 전 밴쿠버 대회에 출전한 박승희는 올림픽에 설움이 있다. 당시 여자대표팀은 '노 골드'에 머물렀다. 여고생이던 박승희만 1000m와 1500m 동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이 유력했던 계주에선 8위에 머물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박승희는 악몽을 지우려 소치에 왔다.
1000m, 1500m, 3000m 계주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인 심석희는 500m가 가장 약한 종목이다. 1m75의 큰 키라 스타트에서 단점이 있다. 하지만 박승희 김아랑과 동반 결선에 진출할 경우 얘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김아랑도 마찬가지다.
쇼트트랙은 남자 1500m에서 시련을 경험했다. 여전사들이 분위기를 끌어올릴 차례다.
한편, 남자 쇼트트랙은 이날 1000m와 5000m 계주에 출전한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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