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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양현종의 위력은 그간 열심히 갈고 닦은 두 가지 구종의 진화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들어 슬라이더의 구위가 한층 좋아진데다 새로 장착한 커브가 타자들에게 또 다른 공포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구종에는 숨겨진 사연들이 있다. 양현종을 국내 최강 좌완의 자리로 이끌어준 두 가지 구종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을까.
양현종의 슬라이더. 변화각이 짧고, 빠르다. 예리한 면도날처럼 홈플레이트를 파고들어 타자들의 헛스윙을 쉽게 유도해내고 있다. 커터형 슬라이더에 가깝다. 양현종이 이 구종을 던질 수 있게된 데에는 현재 롯데 자이언츠의 사령탑인 김시진 감독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12일 롯데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양현종은 "김 감독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감독님 덕분에 슬라이더가 한층 좋아졌다. 그걸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말을 했다. 무슨 사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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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부산 사직구장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 당시 양현종은 컷패스트볼을 쉽게 습득했다. 국내 리그만 생각하면 상대팀 투수에게 새 구종을 가르치는 건 오히려 자신의 팀에 손해가 될 수 있었지만, 김 감독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열정적으로 양현종을 지도했다. 한국 대표팀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김 감독의 이런 배려는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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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양현종은 이런 지적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당시 부진할 때는 괜한 변명이 될까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가 실력을 회복한 이제서야 밝히는 속내. 양현종은 "사실 당시의 부진과 컷패스트볼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그냥 내 어깨가 좋지 않았기에 나타난 결과다. 그런데 괜히 컷패스트볼의 장착이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김 감독님께 너무 죄송했다. 그게 아니라는 걸 실력으로 증명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타자를 혼란에 빠지게 만든 커브의 장착
지난해의 양현종과 올해 양현종의 차이. 새 구종 커브의 장착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양현종은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만 던졌다. 그러나 올해는 커브가 '제4의 구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양현종에게 커브를 전수한 것은 KIA 김정수 투수코치다.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였다. 같은 좌완 투수였던 김 코치는 양현종이 커브를 던지면 기존 구종의 위력이 배가될 것이라고 판단해 이를 전수했다. 사실 투수가 새로운 구종을 배우고 이를 실전에 쓰기 까지의 과정은 결코 간단치 않다. 자신과 맞는 구종이 아니면 아무리 오래 연습을 해도 쓸 수 없다. 개인의 감각과 적응력에 달려있다.
그런데 양현종은 의외로 커브를 쉽게 익혔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배운 것을 곧바로 올해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게 됐다. 스프링캠프에서 디테일을 보완하고 나자 정규시즌에 완전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어떤 면에서는 '가위바위보'와 비슷하다. 상대가 어떤 수를 낼 지를 고민하고, 그걸 이길 수 있는 수를 내는 싸움. 지난해까지 양현종을 상대하는 타자들은 세 가지의 선택지를 골라야 했다.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그런데 올해는 여기에 커브가 추가됐다. 단순히 선택지가 세 개에서 네 개로 늘어난 차원이 아니다. 타자들은 마치 전혀 다른 투수를 상대하는 듯한 어려움을 느낀다.
120㎞대의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는 기존의 다른 구종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타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만들었다. 양현종은 "내가 커브를 던지게 됐다는 것을 상대 타자들이 알자 무척 혼란스러워하는 듯 하다. 나 역시도 다양한 투구 레퍼토리를 만들 수 있어 경기를 운영하기가 한층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양현종이 평균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이닝이터의 모습을 보이는 이유 역시 커브의 장착을 통한 투구 레퍼토리의 다양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