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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이젠 시청률 10%만 넘겨도 동시간대 1위에 오를 정도다. 월화극 1위인 SBS '닥터 이방인'은 지난 20일 12.7%(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KBS2 '빅맨'은 9.0%, MBC '트라이앵글'은 6.8%로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다. 수목극도 별반 다르지 않다.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22일 방송에서 13.2%를 기록했다. 1위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많은 숫자다. MBC '개과천선'은 방송 8회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시청률(10.2%)에 턱걸이를 했고, KBS2 '골든 크로스'는 7.6%를 기록하며 제자리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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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도 휴가철도 시작되지 않은 시점. 그 많던 시청자들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방영 6개월간 시청률 30%에 육박하는 인기를 누린 MBC '기황후'가 종영한 것이 4월 말이다. 올해 초 SBS '별에서 온 그대'는 신드롬에 가까운 화제를 모으며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한류드라마 붐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SBS '상속자들'과 '너의 목소리가 들려', '주군의 태양' 등 여러 작품이 2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인터넷 다시보기와 IPTV 등 플랫폼의 다양화로 인해 TV 시청률이 전체적으로 저하됐다고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인기 드라마는 꾸준히 배출됐다. 하지만 요즘엔 손꼽을 만한 히트작을 찾아보기 어렵다. 때문에 일부에선 지상파 드라마의 장기 침체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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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요즘에 볼 만한 드라마가 없다"는 얘기가 자주 들려온다. 기본적으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재미가 없으니 시청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는 수사, 추격, 스릴러 등을 내세운 장르물이 부쩍 늘어난 상황과도 맞물린 결과다. 장르가 편중되다 보니 배우의 얼굴만 바뀌었을 뿐 내용과 전개가 비슷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 더구나 시청자들은 미드급 퀄리티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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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흥행 장르인 막장드라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야기가 천편일률적이라 지루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다. '왔다 장보리'는 출생의 비밀, 극명한 선악구도, 암투와 음모 등 기존의 자극적 설정들을 반복하고 있다. 동시간대 1위이긴 하지만 성적표만 놓고 보면 '막장극의 대모' 김순옥 작가의 명성이 무색하다.
지상파 드라마의 침체와는 대조적으로 케이블과 종편에서는 새로운 시각이 담긴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JTBC '밀회'가 대표적인 예다. '밀회'는 음악을 통해 교감한 20살 연상남녀의 사랑을 주요 줄거리로 삼아 기득권층의 허위와 위선을 꼬집었고, 시청률과는 별개로 방영 내내 화제를 독점했다. tvN도 '나인', '신의 퀴즈', '갑동이' 등 웰메이드 장르물을 꾸준히 선보이며 '장르물=tvN'으로 통할 만큼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PD들의 이적 행렬도 지상파 드라마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앞서 '성균관 스캔들'의 김원석 PD와 '추노'의 곽정환 PD가 tvN으로 이적했고, 최근엔 '커피프린스'를 연출한 이윤정 PD와 '파스타' '골든타임'의 연출자 권석장 PD가 MBC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상파 프리미엄이 더 이상 위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지상파가 스타 캐스팅과 스타 작가에만 기대어 변화와 발전을 게을리한 반면, 종편과 케이블 드라마는 참신한 기획으로 시청층을 넓히고 있다"며 "시청률이 지상파에 근접한 케이블 드라마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아직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