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가 하마터면 부산에서 유랑할 뻔 했다.
제주는 섬을 연고지로 쓰는 국내 유일의 프로팀이다. 원정길을 마치고 홈으로 돌아갈때는 비행기편 외에 방법이 없다. 기상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3일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제주 선수단은 태풍 나크리에 막혀 김해공항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2일 부산 아이파크와 원정경기(1대1 무)를 치른 제주는 부산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3일 오전 회복훈련을 마친 제주는 오후 3시30분으로 예약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해공항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기상이 악화되며 비행기가 '무한연착'되기 시작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른 비행편도 알아봤지만, 30여명이 넘는 선수단이 한꺼번에 이동할 수 있는 비행기는 없었다. 다음날 스케줄도 모두 만원이었다. 자칫하면 상주와의 주중경기가 이어지는 6일이 되서야 홈에 들어갈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소식이 이어졌다.
김해공항에서 속절없이 기다렸던 제주 선수단에 낭보가 전해졌다. 대구공항에서 제주로 향하는 비행 티켓을 구했다는 것이다. 돌려 보냈던 버스를 다시 불러 부랴부랴 대구공항으로 갔다. 이때가 오후 5시 쯤이었다. 대구공항 근처 식당에서 대충 저녁을 떼운 제주 선수단은 오후 8시5분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를 타서도 문제였다.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30분 지연 출발했다. 착륙도 쉽지 않았다. 비행기가 제주 상공을 여러차례 돈 후 10시30분 쯤 내려앉았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번에는 안개가 말썽이었다. 제주시에서 클럽하우스가 있는 서귀포시로 넘어가는 길에 앞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꼈다.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길을 1시간30분 가까이 걸려서 도착했다. 결국 밤 12시가 다 되서야 클럽하우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제주 선수단 모두가 녹초가 됐다. 야속한 태풍이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지난 3년 정도 태풍이 올때마다 큰 고생 없이 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번에 다시 태풍의 무서움을 실감했다. 제주로 돌아오는 시간이 더 늦어졌으면 이어지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어서 걱정이 많았다. 비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큰 탈 없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 다행이다"며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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