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는 수년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전력, 기량 발전을 유도하는 탄탄한 시스템, 구단의 넉넉한 지원까지. KBO리그에서 최고의 환경, 명문 구단으로 꼽혔다. 신인은 물론 베테랑도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싶어했다. "한 번 삼성 소속이 되면 FA가 돼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 타구단 선수들이 직접 들려준 얘기였다.
하지만 최근 삼성의 행보가 좀 이상하다. 거센 태풍이 몰아칠 것 같은 징조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구단 관계자는 "원칙에 따라 결정한 일들"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제일기획'에 초점을 맞춰보면 '삼성'답지 않은 선택이 거푸 이어지고 있다.
그 시작은 FA다. 지난 시즌 캡틴 완장을 찬 박석민이 NC 유니폼을 입었다. 4년 간 받는 돈은 무려 96억원. 역대 최고 계약이다. 박석민의 실제 가치는 논외로 치더라도 삼성이 협상 과정에서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은 건 다소 의외다. 그동안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내부 FA는 무조건 품었기 때문이다.
박석민은 2012년부터 4년 연속 3할 타율을 넘겼다. 144경기 체제가 자리잡으면서 30홈런 100타점 이상이 무난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티켓 파워도 무시할 수 없다. 그라운드 안에서 선사하는 유쾌한 행동으로 사랑을 받는 선수다. 하지만 삼성은 '프랜차이즈 스타' 박석민과 계약에 실패했다. 구단 제시액과 선수가 원하는 몸값에는 상당한 차이가 났다는 후문이다.
생애 첫 탈삼진왕에 오른 차우찬의 연봉(3억원→4억원)을 놓고도 시선이 갈린다. 구단이 합리적인 잣대로 인상액을 산정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예상보다 적다고 놀라워하는 쪽도 많다. 그의 지난 시즌 성적은 13승7패 평균자책점 4.79. 194개의 탈삼진으로 벤헤켄(넥센)을 1개 차로 밀어내고 타이틀 홀더까지 됐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예비 FA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는다. 양현종(KIA)이나 김광현(SK)처럼 갑자기 연봉이 불어날 일은 없다. 이번에도 올 시즌을 마치면 FA가 되는 최형우, 차우찬에게 소신과 원칙을 지켰다. 다만 팀 내 최고 인상액이라는 1억원이 차우찬의 정규시즌 성적만 놓고 봤을 때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봤을 때 말이다.
삼성의 최근 일처리를 논하며 메리트를 언급하는 야구인도 있다. KBO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프로야구계에 팽배했던 '꼼수'를 없애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마련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FA 원소속구단 우선 협상 기간 폐지'와 각 구단 '메리트(승리수당) 제도 철폐'. KBO는 "메리트를 지급한 구단에 2차 지명 1라운드 지명권 박탈 및 제재금 10억원을 부과한다. 규정위반 신고 또는 제보자에게도 10억원 이하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단히 발전적인 행동이지만, '제일기획'과 연관지어보면 그만큼 허리띠를 졸라 매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해석하는 관계자들이 많다. 삼성은 야구단뿐만 아니라 기업 자체가 성과에 따른 보상, 포상에 박하지 않은 문화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시리즈를 4년 동안 제패한 직후 모기업에서 두둑한 포상금이 나갔다.
이러한 선택과 행보에 대해 삼성은 "언제까지 외부의 힘에 기대 야구단을 꾸릴 수 없다. 구단이 자생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불거진 트레이드설과 관련해서도 "몇 년 동안 신인 드래프트에서 후순위로 밀려 전도유망한 신예들이 부족하다. 당장 트레이드를 추진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마운드 세대교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큰 줄기는 효율성에 입각한 경영 방식. A구단 고위 관계자가 "결국 우리도 삼성처럼 가야 한다. 모든 구단이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한 의미있는 시도이지만, 제일기획 매각설이 나도는 요즘 라이온즈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팬들이 늘고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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