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은 확실히 선발 야구가 대세다. 에이스들의 경연장이나 다름없다.
지난 10일 시작된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의 투고타저가 그대로 이어져 타격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당초 예상됐지만, '깔끔한' 선발 야구로 승부가 갈리고 있다. 거꾸로 가는 포스트시즌이라고 해야 할까. 신기할 정도다. 덕분에 경기시간도 정규시즌 평균 3시간 25분에 훨씬 못미치는 3시간 5분에 불과하다. 물론 연장 승부도 아직은 없다. 그러면서도 야구의 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어 연일 만원 관중이 들어차고 있다.
16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시간은 3시간 1분이었다. 가랑비가 내려 관전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2만5000명의 팬들은 아랑곳 없이 가을 잔치를 즐겼다. 이날 LG 선발 데이비드 허프는 7이닝을 5안타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넥센 선발 신재영은 4⅔이닝 7안타 2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선발투수의 활약에 따라 승부가 갈린 셈이었다.
이날까지 이번 포스트시즌 5경기 가운데 4경기에서 선발투수에게 승리가 주어졌다.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는 KIA 타이거즈 선발 헥터 노에시가 7이닝 5안타 2실점(1자책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LG 선발 허프는 7이닝 4실점(2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선발 싸움에서 헥터의 승리. 반면 2차전에서는 선발 류제국의 8이닝 무실점 호투를 앞세운 LG가 1대0으로 이겼다. 9회말 김용의가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KIA 선발 양현종 역시 6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제몫을 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헨리 소사의 6이닝 8안타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LG가 7대0으로 승리했다. 넥센 선발 스캇 맥그레거는 5이닝 4실점으로 패전. 2차전 넥센 승리의 주역은 선발 밴헤켄이었다. 7⅔이닝 3안타 1실점으로 LG 타자들을 요리했다. LG 선발 우규민은 3⅓이닝 동안 4실점하며 패전을 안았다.
5경기에서 선발투수의 퀄리티스타트는 7번 기록됐다. 퀄리티스타트 비율이 70%나 된다. 이는 10개팀의 정규시즌 퀄리티스타트 비율 34.4%의 두 배가 넘는다. 선발 왕국으로 자리잡은 두산 베어스의 퀄리티스타트 비율도 144경기중 75경기(52.1%)로 겨우 절반을 넘었을 뿐이다. 선발 야구의 선진국인 미국 메이저리그의 퀄리티스타트 비율도 53.7% 밖에 안된다.
상황이 이러하니 불펜투수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5경기서 선발투수들이 던진 총 투구이닝은 61⅔이닝이고, 불펜진은 23이닝을 책임졌다. 이번 포스트시즌 불펜진 부담률은 27.2%에 불과했다. 올 정규시즌서 10개팀 불펜진의 부담률은 42.7%였다. 선발 왕국 두산의 불펜진 부담률은 36.2%였다. 불펜진 가동률이 높았던 한화는 54.6%나 됐다.
선발 야구는 분명, 경기시간과 팬들의 호응, 선수들의 경기력 등에서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다. 7회 이후 4~5점차 리드도 안심하지 못했던 각 팀 감독들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지켜보며 선발 야구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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