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엄마 손을 잡고 처음으로 수영장에 갔다. 그 뒤로 무려 20년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갔다. 이유는 단순했다. '수영'이 재미있었다.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인어공주 김서영(22·경북도청) 이야기다.
큰 어려움은 없었다. 수영은 취미를 넘어 생활이 됐고, 꿈이 됐다. 경기체고 졸업과 동시에는 직업이 됐다. 순간 무서워졌다. 수영이 재미가 아닌 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벽이 느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실업팀에 오니까 많이 낯설더라고요. 일단 대회에 출전하더라도 '고등부'가 아니라 '일반부'로 출전을 하잖아요. 선배들과 경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리고 실업팀은 연봉을 받으면서 운동 하는 거잖아요. 제가 받은 만큼 기대에 부응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마음먹은 대로 쉬이 이뤄지는 일은 없었다. 세상의 모든 어둠 속에 꼼짝없이 갇힌 것 같았다. 김서영은 "수영은 기록 경기잖아요. 그런데 기록이 늘지 않는 거예요. 너무 힘들었어요."
엎친데 덮쳤다. 태극마크를 달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 참가했던 그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채 고개를 숙였다. 김서영은 개인혼영 200m 예선에서 한국 타이 기록(2분11초75)으로 준결승에 올랐지만,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자신감마저 잃었다.
곧바로 슬럼프가 찾아왔다. 버텼다. 이를 악물었다. 수영을 더 잘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그는 제97회 전국체육대회를 목표로 다시 시작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채워나갔다. 김서영은 균형 맞추기에 몰입했다. 올림픽 이후 팔 스윙을 수정해 타이밍 잡는 데 집중했다.
결과는 달콤했다. 김서영은 10월 막을 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한국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그는 주종목인 개인혼영 200m(2분10초23)를 비롯, 개인혼영 400m(4분39초83), 계영 400m(3분44초38), 계영 800m(8분5초31)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김서영은 한국체육기자연맹 소속 31개사 기자단의 투표 중 17표를 획득하며 대회 MVP에 올랐다.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자신감도 회복하며 환하게 웃었다.
오늘보다 더 발전한 내일을 꿈꾸는 김서영. 그는 다시 수영모를 쥐었다. 지난달 일본 오사카로 다녀온 전지훈련도 성공적이었다. 넓은 무대를 통해 보는 눈을 넓힌 김서영의 목표는 조금 더 또렷해졌다.
"올림픽에 다녀온 후에 마음가짐부터 달라졌어요. 훈련할 때 더욱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2017년에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2018년에는 아시안게임이 있어요. 1년 단위로 목표를 설정해서 매년 더 좋은 기록을 내고 싶어요. 그렇게 한 걸음씩 걸어 나가면 2020년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인균 경북도청 감독 역시 "서영이가 이제는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과 같은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워낙 수영을 좋아하는 선수다. 매년 더 발전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장애물을 넘어 정상에 선 '인어공주' 김서영. 스물 둘, 청춘 레이스의 2막이 이제 막 시작됐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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