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이 정작 국가대항전에 나가지도 않은 상황에서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예비 엔트리(50명)와 최종 엔트리(28명) 선정을 놓고 몇달째 진통을 겪었다. 어떻게 보면 불가피한 일이었다. 이건 한국 대표팀의 고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엔 유독 그 산고가 컸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클로저 오승환의 대표 차출이 큰 화두였다. 해외 원정 도박으로 벌금형(1000만원)을 받았고 또 KBO로부터 조건부 징계(KBO리그 복귀시 한 시즌 경기의 절반 72경기 출전 정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오승환의 발탁을 두고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계속 최종 결정을 미룬 끝에 11일 발탁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을 두고 김인식 감독에게 비난 여론이 만만치 않게 쏟아졌다. 발탁을 반대했던 쪽에선 적잖게 실망했을 것이다.
김 감독은 오승환의 차출을 반대하는 쪽의 목소리를 무시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는 오승환의 잘못을 감출 생각은 없다. 분명한 잘못이고 달게 벌을 받는게 맞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MLB에서도 2016시즌 통했던 오승환의 경기력을 갖다 써 대표팀의 전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었다. 김 감독은 "안방에서 열리는 본선 1라운드 통과가 목표"라고 했다. 한국은 본선 1라운드 A조에서 네덜란드 이스라엘 대만과 속해 있다. 상위 2팀이 2라운드에 진출한다.
이미 대표팀은 진통 끝에 첫 엔트리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김 감독이 꿈꿨던 드림팀과는 한창 거리가 멀다.
투수 김광현 이용찬, 포수 강민호 이재원, 내야수 강정호, 외야수 김주찬 등이 엔트리에서 빠졌다. 부상과 재활 치료 그리고 일탈행위(음주운전 사고) 등이 그 이유였다.
이들을 대신해 심창민 이지영 박동원 오지환 박건우 김태군 김하성 등이 대체 선수로 싸우게 됐다.
해외파 추신수(텍사스)와 김현수(볼티모어)도 구단의 반대 속에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김현수는 11일 김 감독에게 대회 출전 고사의 뜻을 전달했다.
정작 WBC에 나가겠다고 했던 추신수와 김현수는 출전하지 못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대신 발탁 여부를 두고 격한 찬반 논란이 일었던 오승환은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김 감독은 어려운 결정을 했다.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감수하면서 오승환의 빼어난 경기력에 박수를 보냈다.
오승환이 해외 원정 도박으로 야구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준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스스로도 잘못에 대해 반성을 했다. 또 김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지고 오승환을 발탁한 이상 이제 그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 현 시점에서도 오승환의 대표 자격을 논하는 건 이제 시대착오적이다. 오승환이 본선 1라운드에서 어떤 피칭을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또 그동안 엔트리에 포함된 후 묵묵히 몸들기에 들어간 기존 토종 대표 선수들의 사기도 감안해야 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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