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강원FC와 계약한 공격수 이근호(32)가 한 시즌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던 건 2012시즌 상주 상무 시절이었다. 당시 K리그 챌린지 25경기에서 15득점(6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그때 보다 앞서 2008년 대구FC 시절 32경기에서 13득점(6도움)을 기록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이근호는 경험이 적었지만 매우 저돌적이고 활동 범위가 넓었다. 상대편 좌우 중앙 그리고 전후방으로 계속 움직이며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당시 골문 앞에서 위치 선정은 미숙했다. 하지만 이근호가 보여준 '부지런함'과 '투지'는 허정무 A대표팀 감독의 눈에도 들었다.
그랬던 이근호가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개막전으로 돌아왔다. 그는 4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상주 상무와의 시즌 첫 경기서 90분 풀타임을 뛰면서 결승골 포함 2골을 터트렸다. 클래식 무대로 복귀한 강원에 첫 승, 승점 3점을 안긴 주인공이 이근호였다.
이근호의 득점 감각은 매우 뛰어났다. 슈팅 3개 시도, 2골을 기록했다. 후반 14분 정조국의 패스를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로 중거리슛으로 연결, 상무 골대 오른쪽 낮은 구석에 꽂아 선제골을 넣었다.이근호의 오른 발등에 제대로 맞은 정교한 슈팅이었다.
상주 김호남에게 동점골(1-1)을 내준 강원은 후반 42분, 이근호가 결승골을 꽂았다. 이번엔 머리로 해결했다. 김승용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이근호가 골대 정면에서 머리로 받아 골망을 흔들었다.
강원은 이적생 3명이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했다. 지난해말 광주FC에서 이적해온 정조국은 전반 21분 페널티킥을 실축했지만 이근호의 첫골을 어시스트했다. 같은 이적생인 김승용도 후반 교체 투입 후 '택배' 크로스로 결승골을 도왔다. 강원은 2016시즌 승격 자격을 얻은 후 이근호 정조국 등 대대적으로 선수 영입을 했다. 비록 첫 경기지만 '선수 쇼핑'의 효과를 본 셈이다.
이근호는 상주전 MVP(한국프로축구연맹 선정)에 뽑혔다. 그의 장점은 '몰아치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슬럼프를 탈 때는 그 골이 깊기도 하다.
그는 2014시즌 상주에서 4골, 2015시즌 전북 현대에서 4골, 그리고 지난해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5골(6도움)을 넣었다.
이근호의 제주 시절 연봉은 8억원이 넘었다. 연봉 대비 공격포인트(11개)를 감안할 때 '밥값'을 충분히 했다고 보기는 미흡했다.
이근호는 강원 구단이 승격과 동시에 야심차게 영입한 카드다. 8억원 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첫 경기에서 2골이면 이근호의 출발은 베스트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모든 걸 쏟아내고 싶었다. 운이 좋았다. 올해 목표는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근호의 움직임과 결정력이라면 A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의 눈길도 끌만하다. A대표팀은 오는 23일 중국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원정 경기를 갖는다. 중국 같은 체격은 좋지만 발이 느리고 조직력이 떨어지는 수비라인을 뚫기에는 이근호 처럼 빠르고 저돌적으로 공간을 잘 파고드는 스트라이커가 통할 때가 종종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