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가 치열했던 한 시즌을 마감했다.
전자랜드는 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 5차전에서 서울 삼성 썬더스의 높이와 힘을 넘어서지 못하고 73대90으로 패했다. 삼성과의 이번 6강 PO서 첫 경기를 내주고 2,3차전을 내리 따내며 2년만의 4강 PO 진출 꿈을 부풀렸던 전자랜드는 결국 체력과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4,5차전을 내리 패해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5차전서도 전자랜드는 시작부터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 수비에 집중하느라 외곽포를 잇달아 내줘 리드를 빼앗겼다. 1쿼터에서만 5개의 3점슛을 허용해 20-27로 뒤처졌다. 2쿼터 들어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강력한 체력을 앞세운 삼성 마이클 크레익의 현란한 돌파, 주희정 등의 외곽포를 잇달아 얻어맞았다. 정영삼이 2쿼터에서만 10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다른 선수들이 따라주지 못했다. 제임스 켈리도 꾸준히 득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골밑에서 삼성을 당해내지 못했다.
전자랜드는 3쿼터서 완전히 분위기를 빼앗겼다. 쿼터 초반 잇달은 실수가 삼성의 득점으로 연결됐다. 켈리의 성급한 3점슛 시도와 잇달은 턴오버, 정효근의 무리한 돌파 등이 나오면서 삼성에 쉽게 득점을 내줬다. 쿼터 중반 40-53으로 점수차가 벌어지자 전자랜드는 켈리의 3점슛과 정병국의 미들슛으로 10점차까지 따라붙었지만, 삼성의 다양한 득점 루트를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신이 난 삼성은 4쿼터서도 고삐를 풀지 않았다. 김준일, 라틀리프의 골밑 공략으로 10점차 이상의 리드를 유지했고, 중반에는 라틀리프가 골밑슛과 3점포를 연이어 꽂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실패한 전자랜드는 이번 시즌 가드 박찬희를 영입하고 개인기가 뛰어난 외국인 선수 제임스 켈리를 데려와 전력상 빈곳을 메우며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시즌은 유도훈 감독의 계산대로 흐르지는 않았다. 켈리가 생각보다 팀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했다. 또한 발목 부상까지 겹쳤다. 대체 선수로 들어온 아이반 아스카가 국내 선수들과 잘 통하고 성실한 자세를 보이자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켈리를 퇴출했다. 그러나 아스카 선택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유 감독은 6라운드 들어 켈리를 다시 불러들였다. 전자랜드는 시즌 마지막까지 6위 싸움을 벌인 끝에 어렵사리 PO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6강 PO 들어 우려의 목소리는 컸다. 객관적 전력상 삼성에 밀리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많은 움직임과 약속된 플레이에 의존하는 팀컬러상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많았던 탓에 5차전에서는 제대로 된 승부조차 걸어보지 못했다. 이는 정규시즌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부상 위험도 높았다. 3차전서 정영삼과 정효근 등 주축 멤버들이 부상에 시달렸고, 이날 5차전서는 박찬희가 볼다툼을 벌이다 손가락을 다쳤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당초 일방적으로 밀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5차전까지 혈투를 벌이며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경기 후 유도훈 감독은 "아쉽지만 시즌이 끝났다. 선수들은 본인들이 갖고 있는 정신력과 기량을 최선을 다해 발휘했다. 5차전이라는 중압감에 선수들이 흥분한 것 같다. 내 잘못이다.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유 감독은 "이번 시즌을 통해 개인적으로 느낀 것이 많다. 다음 시즌 잘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 감독은 일단 이번 시즌을 끝으로 전자랜드와의 계약이 종료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