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유의 공격축구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7골로 포항(10골)에 이어 팀 최다득점 2위다. 7골을 전부 다른 선수가 기록했다.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이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수비다. 제주는 5경기에서 단 1골만 내줬다. 팀 최소실점 1위다. 지난 몇년간 제주는 수비에 발목이 잡혔다. 많은 골을 넣고도 상위권에 오르지 못했던 이유가 부실한 수비였다.
올 시즌 조용형 김원일, 알렉스 등 센터백을 대거 영입한 제주는 수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유기적인 전술로 리그 최강의 수비력을 갖췄다. 이찬동을 중심으로 한 허리진의 헌신적인 압박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제주의 막강 수비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만 나가면 무너진다. 제주는 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애들레이드(호주)와의 2017년 ACL H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1대3으로 패했다. 1승1무2패로 조 3위. 16강 진출이 쉽지 않아졌다. 공격력은 그대로다. 제주는 ACL 4경기에서 8골을 넣었다. 같은 조의 1, 2위를 달리고 있는 장쑤 쑤닝(중국), 애들레이드보다 1골을 더 넣었다. 하지만 무려 8골을 내줬다. 매경기 실점이다. 특히 애들레이드를 상대로는 2경기에서 6골이나 허용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경험 부족이다. 올 시즌 제주에서 뛰고 있는 선수 중 ACL을 경험한 선수는 김원일 박진포 조용형 정도다. ACL은 국제 대항전이다. 아시아팀들이지만 스타일과 템포가 미묘하게 다르다. 이 부분에 대해 선수들이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전술보다는 경험의 문제다. 실제 제주는 애들레이드전에 맞춤 전술을 꺼내들었다. 평소 스리백에서 안현범을 미드필더에 가깝게 올리며 변형 포백을 구사했다. 측면 위주의 공격을 펼치는 상대를 막기 위한 전략이었다. 전술 자체는 의도한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미묘한 차이까지 극복하지는 못했다. 조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스타일이 방어하는데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 ACL을 통해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 중국, 호주 선수들을 상대로 경험 쌓으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판정 불운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경험 부족이 아쉬웠다. 11일 애들레이드전을 맡은 바레인 주심은 시종 들쑥날쑥했다. 맥그리의 세번째 골 과정에서 있던 핸드볼 파울을 비롯해 경기 내내 이어진 애들레이드의 교묘한 반칙을 불어주지 않았다. 제주 선수들은 이 과정에서 흔들렸다. 가뜩이나 공격에서 아쉬운 장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판정 불만까지 겹치자 심리적 부담감이 커졌다. 일관된 집중력을 보인 8일 서울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제주는 장쑤, 감바 오사카(일본)와의 2연전에서 모두 승리해야 16강을 바라볼 수 있다. 애들레이드전 실점 장면에서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포기않는 근성만은 살아있었다. 조 감독도 "긍정적인 것은 이길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경기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포기 하지 않고 덤비는 순간, 이럴때 기적이 나오는 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