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메릴 켈리와 롯데 자이언츠 브룩스 레일리. 공을 던지는 손도 다르고, 외모도 닮지 않았다. 하지만 두 투수는 2015년 똑같이 KBO리그에서 데뷔했으며, 3년 차로 성공기를 쓰고 있다. 또 공통적으로 실력에 비해 불운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에이스 자질만은 확실하다.
켈리와 레일리는 나란히 2015년 KBO리그에 데뷔했다. 켈리는 2014년 말 총액 35만달러에 계약했다. 레일리는 50만달러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첫 시즌부터 똑같이 11승을 올리면서 재계약에 성공했다. 지난 2년간 켈리가 61경기에서 20승18패 평균자책점 3.89. 레일리가 62경기에서 19승19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했다. 두 외국인 투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똑같이 총액 85만달러에 재계약했다.
켈리와 레일리는 대표적인 불운한 투수였다. 레일리는 2015~2016년 두 시즌 동안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류제국, 양현종에 이어 가장 적은 3.27득점을 지원받았다. 켈리도 3.57득점 지원으로 리그 7위. 12일 인천에서 두 투수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레일리가 7이닝 1실점(비자책), 켈리가 8이닝 무실점으로 위력투를 선보였으나,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레일리는 실책에 울었고, 켈리는 구원 투수 부진에 3경기 연속 무승에 그쳤다.
그러나 왜 그들이 에이스인지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레일리는 올 시즌 1선발 역할로 기대를 모았고, 믿음에 100% 부응하고 있다. 첫 3경기 선발 등판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1.86(19⅓이닝 4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12일 경기에서도 날카로운 체인지업,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며 7이닝을 소화했다. 4회 수비 실책만 없었다면 켈리와 무실점 대결을 이어갈 수 있었다. 최근 2경기 연속 7이닝 투구. KBO리그를 2년 경험하면서 더 위력적인 투수가 됐다. 명실상부 롯데의 1선발이다.
켈리도 한국에서 더 발전한 케이스. 그는 지난 시즌 200⅓이닝을 소화하며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9승밖에 따내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불운했다는 의미. 어찌됐든 켈리는 재계약에 성공했고, 에이스로 꾸준한 투구를 하고 있다. 3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2.25(20이닝 5자책점)의 기록. 12일 인천 롯데전에선 개인 한 경기 최다인 11삼진을 잡아냈다. 컷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등 결정구도 다양했다. 롯데 타자들은 한 구종을 예측해 타격할 수 없었다.
지난 시즌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가 투수 부문 3관왕을 차지하며 MVP를 수상했다. 대표적인 효자 외인으로 평가받는다. 헨리 소사(LG 트윈스), 앤디 밴헤켄(넥센 히어로즈) 등 장수 외인들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상황. 3년 차 외국인 투수 켈리와 레일리도 그들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불운도 켈리와 레일리의 에이스 본능을 감출 수는 없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