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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운명, 최강희 감독 FA컵 32강 화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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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이었다.

전북은 악몽을 꿨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성인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FA컵 8강전에서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부천에 2대3으로 역전패 했다. 당시 1.5군을 내세웠던 전북은 부천이 의도적으로 펼친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을 극복하지 못했다. 후반 중반 장윤호의 퇴장도 변수로 작용됐다. 사실 긍정적인 측면으로 바라보면 이 패배는 전북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집중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러나 내심 ACL-K리그-FA컵 우승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계획이 빗나간 것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FA컵 우승까지 노린다는 건 욕심이었다"며 "다른 것보다 홈에서 졌다는 게 뼈아팠다"고 회상했다.

운명이 얄궂다. 지난해와 같은 그림이 펼쳐졌다. 전북과 부천이 19일 전주종합운동장에서 충돌한다. 무대는 FA컵 4라운드(32강)다.

이 경기는 일명 '골리앗'과 '다윗'의 경기로 비유된다. 전북은 4승2무(승점 14)로 클래식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국내 최강 팀. 분위기도 좋다. 지난 16일 상주전에서 올 시즌 최다인 4골을 폭발시켰다. 몸 상태가 100%에 가까워지고 있는 에두가 시즌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고, 에델도 멀티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뽐냈다. 이재성 이승기 마졸라 등 미드필더들의 부상 공백 속에서도 한 달 만에 제주에 내줬던 선두를 탈환했다.

부천은 4승1무2패(승점 13)로 챌린지 3위에 랭크돼 있다. 그러나 전북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못 미친다. 부천은 전북의 막강 화력을 막아내기 위해 이번에도 카운터 어택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의 화두는 '복수'가 아니다. '연장 승부 방지'다. 최 감독은 "이미 코치가 부천 경기를 보고왔고 자료를 분석했다. 당연히 부천은 지난해처럼 내려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축구가 시나리오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90분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이 정규시간 안에 경기를 끝내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오는 23일 포항과의 클래식 7라운드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출전 선수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최근 3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포항과 맞서야 한다. 그래서 최 감독은 선수단에 변화를 줄 전망이다. 그 동안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박원재 조성환 등 베테랑들을 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두 번 연속 똑같은 팀에 지는건 징크스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은 자칫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 단, 한 가지만 힘주어 말했다. "스스로 조급해지지 마라." 지난해 역전패를 반면교사 삼은 최 감독이 12년 만의 FA컵 우승을 향한 첫 걸음을 뗀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