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고아성의 재발견이다.
4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 MBC '자체발광 오피스'(연출 정지인·박상훈, 극본 정회현)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흙수저 은호원을 연기하는 고아성이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내는 '현실 연기'가 단연 반짝반짝 빛났다.
앞서 고아성이 현재 대한민국 어디에나 볼 수 있는 흙수저 취업준비생을 연기한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 그가 '공감'을 자아내야 하는 평범한 20대의 캐릭터와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고아성이 데뷔작인 영화 '괴물'(2006, 봉준호 감독)에서 괴물에 맞서는 강인한 여중생을 연기하면서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이후 '설국열차'(2013, 봉준호 감독), '오피스'(2015, 홍원찬 감독) 등의 작품을 통해서 강렬하고 '센'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기 때문.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 지난 2015년 방송된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오'(연출 안판석, 극본 정성주)에서도 혼전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10대 역을 맡은 바 있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되고 고아성은 자신에 대한 우려를 오히려 기대감과 만족감으로 바꿨다.특히 5년간의 긴 백수 생활 끝에 겨우 대기업 가구회사 하우라인에 계약직으로 채용된 은호원의 깊은 감정 연기는 매회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보는 이들을 함께 울게 했다. 첫 회부터 누구 보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혹독한 100번째 압박 면접에서 떨어진 이후 한강에서 "100번째 프러포즈도 실패, 왜 나를 떨어뜨리는 거야. 하라는 대로 다 했잖아요. 대학가야 한다고 해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대학에 가서 학점 챙기려고, 장학금 받으려고 노력했고, 열심히 사느라고 아르바이트도 수없이 했잖아요"라고 울부짖는 고아성의 모습은 20대 시청자를 울렸다.
또한, 카탈로그에 들어갈 문구에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안 이후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자신을 믿어준 회사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에 흐느껴 우는 고아성에게서는 회사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괴로워하는 신입사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대로 묻어났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아성이 마음에도 없는 독설을 엄마에게 쏟아낸 뒤 뒤늦게 "엄마 미안해. 엄마 가지마"라고 중얼거리며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우는 장면에서는 부모님과의 감정싸움으로 인해 상처 주는 말을 내뱉고 후회를 해본 적이 있는 사람, 모두를 울렸다.하지만 고아성이 매번 눈물만 흘렸던 건 아니다.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대사와 돌발행동으로 '은폭탄'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만큼 속을 뻥뚤어주기도 했다.
면접장에서 "회사에 목숨을 걸 수 있냐"는 면접관들의 질문에 "학자금 대출에 집세도 내야하고 먹고 살기 힘드니까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왔지, 인생을 걸긴 무슨 인생을 걸어요! 이런 개소리 좀 시키지 마요!"라고 돌직구를 날렸고, 채용 계획도 없으면서 '채용 가능성'을 운운하며 공모전을 진행하는 회사를 향해 "이건 취업 사기다. 이건 60만 취준생을 우롱하는 일이다"라며 취준생을 절박한 마음을 대변해주기도 했다.
한편, '자체발광 오피스'는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할 말 다 하며 갑질하는 슈퍼 을로 거듭난 계약직 신입사원의 직딩잔혹사, 일터 사수 성장기를 그린 코믹 오피스 드라마다. 4일 10시 최종회가 방송되며 후속으로는 '군주-가면의 주인'이 10일부터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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