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체질' 고영표(kt 위즈)가 자신의 첫 완봉승 이후 한뼘 더 성장한 모습이다.
kt의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는 라이언 피어밴드, 돈 로치와 더불어 팀 마운드를 든든히 지키고 있는 투수다. 지난 2014년 신인으로 입단해 2015년부터 1군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고영표는 지난 시즌까지 불펜 요원으로 뛰었다.
최대 2~3이닝을 던져줄 수 있는 롱 릴리프 자원으로 요긴한 활약을 펼치며 1군 경험을 쌓았고, 올 시즌에는 그 경험을 재산 삼아 선발로 나서기 시작했다.
선발로 보내는 첫 시즌에는 좋은 페이스를 잃기 쉽다. 호기롭게 시즌을 시작했다가도 경기를 거듭할 수록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영표는 반대다. 갈 수록 좋아지고 있다. '선발 체질'인 셈이다.
본인 스스로가 등판 루틴이 일정한 선발 역할에 흥미를 느끼고 있고, 결과가 좋아 자신감도 생겼다. 고영표는 지난달 29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9이닝 6안타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생애 첫 완봉. 투수로써 의미있는 기록이었다. 무엇보다 힘과 힘의 대결보다, 맞춰잡는 땅볼 유도형 투구로 완봉승을 거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타자와 승부를 할 때, 반드시 삼진을 잡아야만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진욱 감독은 고영표가 완봉을 하면서 113개의 공을 던진 것을 감안해, 등판 일정을 늦췄다. 류희운 등 대체 선발들을 투입하며 휴식일을 더 줬다. 7일 쉬고, 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등판한 고영표는 6이닝 무실점의 기록으로 화답했다. 주자가 출루해도 다음 아웃카운트를 쉽게 잡아나갔다.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가 통해 6회까지 투구수도 80개에 불과했다.
선발이 잘 던져주니, 공격도 걱정이 없었다. kt는 타선이 내내 부진한 가운데, 4~5선발이 흔들리며 승수 쌓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날은 1회초 2점을 먼저 냈고, 고영표가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자 6회초 추가점으로 화답했다.
깔끔한 투구로 승리를 이끈 고영표는 특유의 성실한 성품이 돋보이는 선수다. 취미가 '독서'일 정도로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에 몰두하는 타입이다. 자율 훈련도 열심히 한다. kt 관계자는 "고영표가 휴식일인 월요일에도 불펜 포수들에게 공 좀 받아줄 수 있냐고 부탁해 자체적으로 훈련을 한다"고 귀띔했다. 또 피어밴드에게 경기 운영이나 투구에 대해 자주 물어보고, 전력분석팀을 가장 괴롭히는 투수이기도 하다. 야구가 잘되면서, 그만큼 바람직한 욕심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대전=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