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현재 마이클 보우덴이라는 걸출한 선발 투수가 부상으로 부재한 상황에서 '힘겹게' 선발 마운드를 운용중이다.
하지만 '힘겹다'는 말이 곧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보우덴의 빈자리는 꾸준히 채워왔고 그 자리에는 패전보다는 승리가 더 많다. 김명신은 지난 달 15일 NC 다이노스 전에 선발로 나서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3일 삼성 라이온즈 전에서는 홍상삼이 선발로 나와 승리를 챙겼고 13일 롯데 자이언츠 전에는 부진했던 홍상삼 대신 함덕주가 마운드에서 승리를 가져왔다.
지난 19일 KIA 타이거즈 전에는 고졸 루키 박치국이 선발로 나가 4이닝동안 5실점했지만 불펜 투수들이 호투하며 7대6으로 승리했다.
그리고 박치국이 계속 이 자리를 채울 예정이다. 김명신에 이어 박치국이 이 자리를 지키게된 이유가 있다.
김태형 감독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 전에 앞서 "일단 볼넷을 주지 않는다는 것에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이른바 '볼질'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맞더라도 공격적으로 던지는게 좋다"며 "그런데 젊은 투수들은 그 부분이 제일 잘 안된다. 힘들다 싶으면 일단 도망가는 피칭을 한다"고 했다.
이어 "박치국은 어린 선수인데도 도망가는 피칭이 없다. 크게 안타를 맞더라도 제대로 붙는다"며 "어린 선수에게 그런 부분은 쉬운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이런 모습은 지난 19일 경기에서도 나타났다. 이날 박치국은 2회 2실점, 4회 3실점하고 강판됐다.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는 않았다. 2회 안치홍에게 투런 홈런을 맞고 이범호에게도 중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를 좌익수 뜬공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인투수들은 대부분 흔들리며 대량 실점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박치국은 2실점 후 더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런 부분이 김 감독의 마음에 들었던 것.
예정대로라면 박치국은 25일 LG전에 선발로 나선다. 23일 경기가 우천취소돼 이날 선발 장원준이 25일 선발로 나선다면 등판일이 밀릴 수도 있다. 다시 선발로 나선 박치국이 계속 공격적인 피칭으로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을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