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차기감독 고민, 어디까지 왔나. 여전히 한화 구단은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달 23일 김성근 전 감독의 중도하차 이후 이상군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19일이 흘렀다. 한창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며 차기 감독이 구체화되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잠잠해졌다.
한화는 사령탑 부재 상황발생과 동시에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인재풀을 가동해 감독 적임자를 물색함과 동시에 이상군 대행 체제로 시즌중 가장 중요한 이 시기를 슬기롭게 넘기 위해 발버둥쳤다.
현재는 대행 체제를 계속 유지하느냐, 시즌중에 새로운 감독을 모셔오느냐 하는 첫단계조차 내부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적임자를 찾는 것보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해야 다음 수순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한화의 딜레마는 지금이 한창 시즌중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상당히 중요한 시즌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김성근 감독님이라는 큰 어른이 나간 뒤여서 후폭풍이 거세다. 새로운 감독을 모셔오면 아무래도 선수단이 적응하는 시간이 또 걸릴 것이다. 감독 뿐만 아니라 일부 코치들까지 바뀌는 상황이 올수 있다. 상당히 큰 변화다. 이에 대한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화는 올시즌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올해마저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면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다. 프로구단의 존재 이유를 심각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180만달러)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150만달러)를 영입한 것은 올시즌이 가을야구를 위해 전력을 다해볼 수 있는 적기라는 내부판단에서였다. 정근우 이용규는 올시즌이 끝나면 생애 두번째 FA가 된다. 주전들이 계속 노쇠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무작정 시간을 늦출 수도 없다.
한화는 10일 현재 24승35패로 8위에 랭크돼 있다. 85경기나 남은 상황에서 5위 LG트윈스와의 승차는 6.5게임이다. 부상자들이 속출하는 등 내홍이 있지만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어떻게든 치고올라가야 한다. 이상군 감독대행의 매끄러운 팀운영도 한화 구단을 내심 안심시킨다. 이 대행은 지휘봉을 잡은 뒤 6승10패를 기록중이다. 초반 4연패를 빼면 안정감을 찾았다는 평가다.
한화 관계자는 "선수들의 표정이나 팀분위기가 괜찮다. 이상군 대행이 팀을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한화의 베스트 시나리오는 올시즌 어떻게든 성적을 낸뒤 시즌을 마치고 심사숙고해 새 사령탑을 앉히는 것이다. 이는 외부인사, 내부승격 모두 포함된다.
그러기 위해선 매우 어려운 전제조건이 해결돼야 한다. 손가락 부상에서 돌아온 비야누에바가 활약해 주고, 국내선발이 옆구리 근육을 다친 오간도의 한달 공백을 훌륭히 메우고, 7월초 이용규가 복귀하면 타선이 지난해 6월처럼 대폭발해야 한다. 만약 이상군호가 뿌리채 흔들리면 한화는 급한 결정에 내몰리게 된다.
한화 관계자는 "제일 큰 걱정은 서두르다 일을 그르치는 것이다. 올해는 매우 중요한 해이다. 하지만 시즌 중에 적임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고, 시즌이 끝나면 더 많은 후보군을 놓고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 차기 감독은 향후 2~3년을 넘어 구단의 미래가 걸린 문제여서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문제의 복잡다단함을 알고 있다. 최근들어 한화는 사람찾기보다 승수쌓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