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막아 세운 뒤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하자고 했다."
이탈리아는 '이기는 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탈리아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우루과이와의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순위 결정전에서 정규시간 동안 0대0으로 승패를 가르지 못했다. 그러나 연장전 없이 곧바로 진행된 승부차기에서 4대1로 승리했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1977년 대회 출범 후 U-20 무대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대회 초반만 해도 주춤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루과이에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일본과의 예선 최종전에서도 2-0으로 앞서고 있다 연달아 2골을 내주며 가까스로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토너먼트 시작과 동시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탈리아는 16강에서 만난 '우승후보 1순위' 프랑스를 2대1로 제압했다. 기세를 올린 이탈리아는 '돌풍의 팀' 잠비아를 꺾고 4강에 올랐다. 비록 준결승에서 잉글랜드에 패하며 3~4위전으로 밀려났지만,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최고 성적을 거두며 가능성을 봤다.
토너먼트에서 발휘한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알베리고 에바니 이탈리아 감독은 프랑스전 승리 후 "상대가 강력하다. 그래서 상대를 먼저 막아 세운 뒤 우리가 잘하는 것을 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이날 우루과이는 총 24개의 슈팅을 날리며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지만, 이탈리아의 문을 여는 데는 실패했다.
상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낸 이탈리아는 이후 '무기'를 꺼내들었다. 바로 거미손 골키퍼였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차세대 수문장' 차카뇨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이탈리아에 차카뇨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날 처음으로 출전한 플리차리가 매서운 손끝을 자랑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플리차리는 연장전 없이 곧바로 진행된 승부차기에서 우루과이의 2~3번 키커로 나선 페레이라와 보셀리의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며 팀에 사상 첫 동메달은 안겼다. 상대를 막아낸 뒤 장점을 마음껏 펼쳐낸 이탈리아, '토너먼트의 강자'는 U-20 대회에서 사상 첫 3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봤다.
수원=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