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두산 베어스전은 장현식에게도, 김경문 감독에게도 결코 잊지 못할 경기가 됐다.
두산전은 NC 다이노스 우완 투수 장현식의 프로 데뷔 후 최고의 경기였다. 상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 선발 맞대결을 펼쳐 더 좋은 투구를 펼쳤다. 강타선을 상대로 8회까지 무실점. 완봉 욕심을 낼만한 상황이라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9회말 악몽이 시작됐다. 수비 실책성 플레이까지 겹치며 1사 3루 위기에 몰렸고, 두산 4번타자 김재환에게 1타점 동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장현식은 8⅓이닝 2실점(무자책)으로 물러났고, NC는 1대2로 패하면서 경기가 끝났다. 또 유지해온 2위 자리를 두산에게 내줬다.
경기 후 장현식이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NC 동료들도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만큼 중요하고도 아쉬운 경기를 놓쳤기 때문에 모두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반면 김경문 감독은 "잘했다. 잘했다"며 거듭 선수들을 격려했다.
김경문 감독은 "NC가 잃은 것만 있었던 경기는 아니다. 비록 승리는 못했지만, 내 개인적으로도 승리 이상의 기쁨을 느꼈던 경기"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그동안 감독으로 1600경기 이상을 해왔는데, 그날 경기가 NC에게 참 의미있는 장면이 나왔던 것 같다"는 극찬을 곁들였다.
그만큼 장현식의 투구는 값어치가 컸다. 장현식은 지난해부터 5선발 경쟁의 일원이었다가, 경쟁에서 밀려나 불펜으로 갔다가, 또 팀 사정상 선발에 구멍이 나면 채우는 역할의 투수였다. 올해에도 시범경기 최종 오디션에서 선발 경쟁에 밀려 불펜에서 개막을 맞았다. 이후 선발진 이탈 인원이 생겨 다시 보직이 전환됐다. 물론 냉정히 말해 한번 등판했을 때 4~5실점 정도 내주는, 안정감이 떨어지는 선발 투수였다.
그러나 두산전에서 그의 가능성을 제대로 터뜨리면서 더 높은 한계점을 설정하게 된 것이다. 김경문 감독이 크게 기뻐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김 감독은 "현식이가 올해초 KIA전에서 제구가 전혀 안잡히면서 ⅔이닝 1안타 4볼넷 3실점하고 물러난 적이 있다. 손을 절더라. 그래서 올해 다시는 못쓸 줄 알았다. 그만큼 걱정을 했었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김재환을 막아서 완봉을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국내 선발 투수가 이렇게 등장해줘서 기뻤다. 나는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며 웃었다.
장현식이 '패배가 분해서' 흘린 눈물도 기특하게 봤다.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이 아까운 경기를 지고 나면 눈물을 흘릴 줄도 알아야 한다.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선수는 우리팀의 미래가 될 것이고, '에이스'가 될 재목이다. 그날 경기가 끝나고 '야! NC가 드디어 정통파 국내 선발을 얻었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NC는 이재학을 제외하면, 창단 이후 확실하게 성장한 국내 선발이 없다. 가능성 있는 자원은 많아도 잠재력을 확실히 펼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장현식의 역투 그리고 눈물 속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NC는 새로운 미래를 봤다.
광주=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