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FIFA랭킹 49위) 축구는 이란(24위)을 31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서 무너트릴 수 있을까.
승무패를 가르는데 여러 변수가 작용한다. 그중 하나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전력치다. 개인별 또는그룹 능력치 등이 해당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신태용 감독이 꾸린 태극전사들이 케이로스 감독이 소집한 이란 선수들 보다 기본 전력치에서 앞선다고 볼 수 없다. 두 감독 모두 소집할 수 있는 최상의 멤버를 전부 불렀다.
가장 큰 차이는 팀 완성도에 있다. 우리나라는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서 사령탑이 신태용 감독으로 바뀌었다. 신 감독은 이번 이란전을 앞두고 전력 노출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따라서 이란전에 어떤 포메이션을 쓸 지 아직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주장이자 수비의 핵 김영권이 약 1년 만에 A대표팀에 돌아왔다. 김민재는 첫 발탁. 수비수 김주영도 오랜만에 태극마를 다시 달았다. 미드필더 권창훈 권경원 등도 새로 가세했다. 신태용호는 슈틸리케 감독 때와는 분명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의욕도 넘치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다. 그러나 조기소집을 했지만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신태용 감독이 하고자 하는 팀 전술과 전략의 완성도를 최대치로 올릴 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황희찬(무릎) 손흥민(팔) 기성용(무릎) 유럽파 3명은 컨디션이 완벽하다고 볼 수 없다. 신 감독이 원하는 베스트11을 꾸리는데 걸림돌이 많다.
반면 이란은 이번 최종예선 8전 무패(6승2무)를 달려오는 동안 베스트11이 거의 굳어졌다. 완성된 팀이라고 볼 수 있다. 8경기 무실점을 기록한 포백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는 기본 틀이 딱 잡혔다. 빠른 역습과 전방 압박을 펼치는 공격진도 짜여진 틀에다 새롭게 '양념'을 치는 식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한국과 이란을 포지션별로 따져볼 때 가장 큰 차이는 포백 수비다. 이란은 포백으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모함마디-포랄라간지-호세이니-레자에이안(왼쪽부터)으로 짜여진 수비 라인이 '더블 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에자톨라히, 하지사피(또는 카리미)와 방어벽을 구축할 것 같다. 에자톨라히는 이란 공수 연결고리의 핵심이다. 태극호에서 기성용의 역할과 같다. 에자톨라히는 멀쩡하고, 기성용은 몸상태가 좋지 않다. 이란의 양쪽 풀백 레자에이안과 모함마디는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펼친다. 그러나 한국전에선 과도한 오버래핑으로 뒷공간을 얻어맞을 수 있어 공격 가담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국은 포백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스리백을 선택할 수도 있다. 중앙 수비수 김영권이 수비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중앙에서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선수는 김주영 김기희 김민재 등이다. 좌우 풀백은 김진수 최철순 김민우 등에서 고를 수 있다. 선수별 개인 능력에선 한국과 이란이 대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함께 손발을 맞춘 완성도에서 한국이 이란에 밀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설 구자철 권경원 정우영 등도 이번 포백 수비진과 호흡을 자주 맞추지 않았다.
공격진도 완성도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황희찬이 선발 출전하지 못할 경우 중앙 원톱 공격수로 이동국 김신욱 이근호를 고려할 수 있다. 이근호 김신욱은 포스트 플레이가 장점이다. 이근호는 폭넓은 움직임으로 전방 압박이 가능한 다목적 카드다. 원톱 뒤에 설 3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손흥민 권창훈 이재성은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이 팔 통증으로 못 나설 경우 염기훈이 대신할 수 있다.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까지 해야하는 권창훈이 원톱, 좌우 윙어들을 살리거나 이용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을 지가 포인트다.
이란 공격진은 원톱에 구차네자드, 바로 아래 타레미 데자가(또는 고도스) 자한바크시 3명이 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즈문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하게 돼 구차네자드는 선발이 확실시 된다. 구차네자드는 헤렌펜(네덜란드)의 주 공격수로 지난 2016~2017시즌 20골로 득점 2위에 올랐다. 타레미와 자한바크시도 전방 압박과 빠른 역습에 최적화된 윙어들이다. 쇼자에이가 빠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데자가와 고도스가 경합을 벌일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