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못이겨서 그런지 별로 기쁘지가 않네요."
류승우(제주)가 마침내 데뷔골을 쏘아올렸다. 류승우는 23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상주와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에서 전반 37분 골을 터뜨렸다. 올 여름 유럽무대를 청산하고 제주로 돌아온 류승우의 첫 골이었다. 류승우의 테크닉을 볼 수 있는 기가 막힌 골이었다. 홍 철이 헤딩으로 걷어낸 볼이 높이 뜨자 류승우는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감각적인 왼발 발리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0-2로 끌려다니던 제주는 이 골로 추격의 서막을 알렸고, 후반 멘디의 동점골로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제주는 11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경기 다음날, 류승우는 수많은 축하 문자를 받았지만 여전히 승리하지 못한 아쉬움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데뷔골의 기쁨도 크지 않았다. 류승우는 24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운 좋게 좋은 볼이 앞에 놓였고, 집중하고 때린 것이 들어갔다"며 "축하 문자, 전화를 엄청 많이 받았는데 경기를 못이겨서 그런지 크게 기쁘지는 않다"고 했다. 부모님이 지켜보고 있는 경기였지만 지고 있는 상황이라 세리머니도 하지 못했다.
이날은 류승우의 K리그 입성 후 첫 선발 경기이기도 했다. 당일날 통보를 받았다는 류승우는 "오랜만에 선발 출전이라 걱정되는 부분도 많았다. 최대한 팀에 보탬이 되려고 했다"고 했다. 확실히 오랜만의 경기라서 그런지 잔 실수가 많았다. 류승우는 "스스로 경기 감각이 떨어진 부분이 느껴지더라.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특유의 유연한 테크닉은 여전했다. 류승우는 "확실히 압박이 세서 쉽지는 않지만 내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류승우는 조급하지 않았다. 기대보다 빨리 터진 데뷔골임에도 흥분하지 않았다. 본인의 시계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류승우는 "서울전에 뛰고 오랜만의 출전이었지만 그 사이에 경기를 뛰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어떤 아쉬움도 없었다. 오히려 팀이 중요한 시기에, 장기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를 뛰게 해주시는 감독님의 배려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래서 류승우는 뭐든지 더 열심히 하고 있다. 류승우는 "현재 팀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조건 열심히 하는 길 밖에 없다"고 했다. 몸상태가 올라오는만큼 제주 적응도 빠르게 하고 있다. 류승우는 "제주도지만 같은 한국이니까 적응에 어려움은 없다. 다 좋다"고 웃었다.
류승우는 지금 욕심이 없다. 본인 스스로 "신기할 정도로 개인적인 욕심이 없다"고 했다. 이유는 제주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복귀 때도 제주만 바라봤던 류승우다. 그의 머릿 속에는 오로지 하나. 팀 우승만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데뷔골을 넣었다고 해서 경기에 많이 나설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다른 선수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팀이 우승까지 가는 길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훈련때 열심히 하고, 벤치에 앉으면 응원하고, 경기에 나서면 열심히 뛰는 것이다. 이것만 생각하고 있다." 조성환 감독이 가장 원하는 모습이다. 류승우는 생각보다 빨리 제주에 녹아들고 있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