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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빅맨', 이대호 과연 언제쯤 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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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끓기만 한다.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속도, 벤치의 마음도. 과연 자이언츠의 '빅맨' 이대호의 방망이는 언제쯤 시원하게 터지게 될까.

지난 7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이 뽑은 '경계대상 1호'는 역시 이대호였다. 당연한 경계심이다. 기본적으로 이대호라는 타자가 지닌 압도적인 실력의 무게감과 커리어의 깊이라는 게 있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모두 정점에 올랐던 타자인데다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도 위력적인 대포를 가동했던 타자이기 때문이다.

6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의 위력은 여전했다. 올해 142경기에 나와 타율 3할2푼, 34홈런, 111타점을 기록하며 4번 타자의 위상을 떨쳤다. 특히나 NC전에 강했다. 올해 NC전 16경기에 모두 나온 이대호의 타율은 무려 3할8푼2리(55타수 21안타)나 된다. 홈런도 5개를 치며 14타점을 올렸다. 김경문 감독이 경계하는 근본 이유다.

이런 NC의 경계심은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효과적으로 이대호를 봉쇄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대호는 1차전에서 안타 2개(3회 2사 1루, 7회 2사 1루)를 쳤지만, 모두 단타였고 타점과도 이어지지 않았다. 2차전에서도 볼넷 1개만 얻어나갔을 뿐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NC 배터리가 얼마나 이대호와의 승부에 공을 들였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제 아무리 뛰어난 타자라도 투수가 까다로운 공만 계속 던지면 좋은 타격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 나타난 결과만 가지고 이대호를 비난할 순 없다. 하지만 이대호 정도의 커리어를 지닌 타자라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분명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상대 배터리의 승부 패턴을 예측하고 노림 코스를 미리 준비한다거나 드물게 나오는 실투를 놓치지 않는 식의 방법이다. 또는 상대 배터리의 패턴을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일부러 자신의 노림 코스를 상대 배터리에게 노출한 뒤 다음으로 들어오는 코스를 역으로 노리는 방법 등이다. 이대호에게도 자신만의 전략이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의 결과에 대해 가장 답답해 할 사람이 이대호 본인이라는 것이다. 순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 이대호는 엄청난 승부욕을 지녔다. 그런 승부욕이 아니었다면 한·미·일 3국의 리그에서 모두 활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이대호 스스로 대책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대호는 준플레이오프 3, 4차전이 열리는 창원 마산구장에서 특히 강했다. 타율 4할7리(27타수 11안타)에 2홈런, 4타점으로 NC 투수진을 무너트린 곳이다. 여러 조건으로 볼 때 이대호의 숨죽인 방망이가 터질 시기가 멀지 않았다. 과연 3차전일까 4차전일까. 아니면 둘 다 일까. 어쨌든 이대호가 터져야 롯데도 웃을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