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초점] 독종 정려원+LTE전개…'마녀', 이 드라마 심상치 않다

by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 드라마, 심상치 않다.

KBS2 월화극 '마녀의 법정' 얘기다. '마녀의 법정'은 출세 고속도로 위 무한 직진 중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강제 유턴 당한 에이스 독종마녀 검사 마이듬(정려원)과 의사 가운 대신 법복을 선택한 본투비 훈남 초임 검사 여진욱(윤현민)이 여성아동범죄전담부에서 앙숙 콤비로 수사를 펼치며 추악한 현실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법정 추리 수사극이다. 법정 수사물이야 요근래 숱하게 봤던 장르인 만큼, 티격태격하던 남녀주인공이 끔찍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며 서로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갖가지 고구마 난관을 겪은 후 절대 악인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마녀의 법정'은 요망하게도 안방극장의 룰까지 깨며 신선한 드라마 임을 온몸으로 외치고 있다.

일단 여주인공부터 특이하다. 일반적인 장르물이라면 여주인공은 정의감에 불타올라 자신의 신념만을 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마녀의 법정'의 마이듬은 다르다. 지독하리만큼 현실적이고, 승부욕과 야망에 불타오르는 진짜 마녀다.

10일 방송된 '마녀의 법정'에서는 이러한 마이듬의 성격이 잘 드러났다. 여성아동범죄전담부로 좌천된 마이듬은 여교수와 남자 조교의 강간 사건을 처음으로 맡게 됐다. 여교수는 논문 탈락에 앙심을 품은 조교가 자신을 강간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남자 조교는 동성애자였고, 오히려 그를 유혹한 건 여교수였다. 조교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숨기고 싶어했다. 여진욱 또한 그런 피해자의 마음에 동조했다. 하지만 마이듬은 변호사 허윤경(김민서)으로 하여금 조교가 동성애자라는 걸 폭로하도록 만들었고, 승소를 거머쥐었다.

아무리 진실 규명과 승소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마이듬의 행동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이듬은 강제 아웃팅이 동성애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인지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나는 검사다.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왜 피해자까지 신경써야 하냐"며 오히려 당당했다. 뻔뻔하고 배려심 없는 마이듬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대한민국에서 빈번하게 일어날 듯한 일이라 씁쓸함을 안기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거짓말로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이를 대신 응징해주는 모습에 속 시원하기도 했다.

또 하나 특이점은 남녀주인공의 고정적인 성역할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봤던 국내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캐릭터로 그려지는 반면, 여주인공은 감정에 치우쳐 제 멋대로 나서다 일을 그르치는 민폐 캐릭터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마녀의 법정'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흔들었다. 마이듬은 오로지 팩트에 기반을 두고 냉철하게 승소 기회를 찾는 캐릭터인 반면, 여진욱은 피해자의 인권과 상처에 더 마음을 기울이는 캐릭터다. 냉철한 남주인공을 착해 빠진 여주인공이 회유하는 그림에 지친 시청자들에게는 뒤바뀐 성역할이 신선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마녀의 법정'은 전개 속도가 무척 빠른 편이다. 한 회에 에피소드 하나를 끝내 버리는 LTE급 전개 속도를 보여준다. 늘어지지도 않고 답답함도 없이 쭉 달려나가는 '마녀의 법정'식 화법은 다음 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러한 매력에 힘입어 '마녀의 법정'은 가파른 시청률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방송된 '마녀의 법정'은 9.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방송보다 2.9% 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이로써 '마녀의 법정'은 월화극 최강자인 SBS '사랑의 온도'(10.3%)를 불과 0.8% 포인트 차이로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고정관념을 뒤흔든 이 요망 발칙한 드라마가 '사랑의 온도'의 아성을 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