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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섬뜩한 가정' 만약 KIA에 이명기가 없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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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올해 KIA 타이거즈에 이명기가 없었다면?

'리드오프' 이명기는 올 시즌 '신의 한 수'였다. 지난 4월 KIA가 SK 와이번스와의 4:4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을 때, 스포트라이트는 김민식에게 쏟아졌다. KIA가 이성우, 이홍구 2명의 포수를 SK로 보내고 또다른 포수 김민식을 받아왔기 때문에 '안방 보강' 차원의 트레이드라는 인식이 강했다. 김민식도 KIA에서 주전 포수로 성공적인 자리매김을 했지만, 타선에서 보여지는 이명기의 존재감은 기대 그 이상이다.

SK 시절 2014시즌부터 1군에서 본격적으로 뛴 이명기는 2015시즌 137경기를 소화하면서 타율 3할1푼5리-164안타-22도루를 기록하며 꽃을 피웠다. 하지만 지난해 타율이 2할7푼2리로 뚝 떨어졌고, 출루율도 0.368에서 0.332로 하락했다. 또 SK에 김동엽 한동민 정의윤 등 강타자 외야수들이 많아 트레이 힐만 감독 부임 이후 팀내 입지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때 트레이드가 잠잠하던 이명기를 터뜨린 기폭제가 됐다. KIA는 시즌전 구상에서 발 빠른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를 1번으로 기용하는 방안을 꾸렸지만, 이명기가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서 버나디나를 2~3번으로 옮겼다. 그리고 이명기-버나디나 조합이 주는 위압감은 굉장히 컸다.

이적 이후 붙박이 주전 외야수로 출전한 이명기는 타율 3할3푼2리-154안타-9홈런-63타점-출루율 0.459로 '커리어 하이' 성적을 갈아치웠다. 프로 입단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것이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이명기의 활약은 뜨겁다. 1~3차전 모두 안타를 때려낸 이명기는 3차전에서 3회초 2사 2루 찬스에서 1타점 적시 2루타를 기록했다. KIA의 적시타 갈증을 21이닝만에 풀어주는 시원한 안타였다. 이명기의 2루타로 1점을 먼저 낸 KIA는 분위기를 끌어와 6대3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트레이드 당시에는 나이가 어리고 가능성이 엿보이는 외야수 노수광을 SK로 보낸 것을 두고 아쉬워하는 팬들도 많았다. KIA 구단도 노수광을 보내게 된 것은 섭섭하지만, 이명기의 합류에 주목했다. 당시 KIA 코칭스태프는 "이명기는 그래도 풀타임을 뛰어본 외야수다. 수준이 있는 선수다. 지난해 성적이 조금 주춤했을지는 몰라도 내보내면 꾸준히 자기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 이명기가 KIA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야구 인생 최고의 날들을 보내면서,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우승까지 한다면 더 없이 완벽한 트레이드 성공 신화를 쓰게 될 것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