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캡틴, 우리가 너와 함께 뛴다."
남자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 선수들의 왼쪽 가슴에는 얼마전부터 '#5' 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검은 색 매직펜으로 적힌 이 문구는 부상으로 현재 팀에서 이탈한 주장 김선형(29)의 등번호 5번을 뜻한다. SK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적어놓은 것이다. '캡틴'에게 좌절하지 말고 빨리 쾌유하라는 의미로, 끈끈한 SK의 팀워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리그 초반 선두를 질주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김선형은 이번 시즌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달 17일 울산 현대 모비스전 때 큰 부상을 입었다. 레이업 슛 뒤 착지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을 접질렸다. 농구 선수들이 흔히 다치는 부위인데, 김선형의 경우는 꽤 심각했다. 발목이 갑자기 크게 돌아가면서 피부까지 찢어졌다. 김선형은 곧바로 서울 후송돼 우측 발목 외측 인대 파열과 종골 일부 골절 진단을 받고 18일 오전 5시에 긴급 수술을 받았다. 치료와 재활에 약 3개월 정도 걸린다는 진단이 나왔다.
팀의 주장이자 리딩 가드인 김선형의 중상은 SK에 커다란 충격이었다. 문경은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상심도 컸고, 전력면에서도 큰 손실이 예상됐다. 하지만 SK는 무너지지 않았다. 이 사건이 벌어진 뒤에 더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선형 이탈 후 치른 11경기에서 9승2패, 승률 0.818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1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모비스전에선 2차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105대104로 이기며 독주 채비에 들어갔다.
이처럼 SK가 강력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물론 오랫동안 팀을 이끌어 온 문 감독과 전희철 코치 등의 지도력이 바탕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선수들의 강력한 단합력도 또 다른 원동력이다. 김선형이 다친 직후, 선수들이 구단 프런트에 문의를 했다고 한다. 김선형의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 유니폼에 문구를 써 넣어도 되겠느냐는 것. SK 프런트는 즉각 KBL에 문의했고,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 즉시 전 선수들이 각자 유니폼 왼쪽 가슴에 '#5'를 써넣었다.
SK 관계자는 "이적생이지만, 팀내 선참급인 정재홍의 아이디어였는데, 모든 선수들이 깊이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문구를 적었다"면서 "그만큼 선수들이 김선형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선수들의 팀워크가 더욱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비가 온 뒤에 땅은 더 굳는다. 위기를 단합의 계기로 만들어 더 강력해진 SK처럼, 김선형의 다친 발목도 건강하게 회복되길 기원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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