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갖는 감정은 다양하다. 그 팀에 꼭 이기겠다는 투지를 갖는 선수가 대부분이지만 오히려 잘해야한다는 부담감이 발생하기도 한다.
부천 KEB하나은행에서 FA로 아산 우리은행 위비로 팀을 옮긴 김정은이 처음으로 친정팀을 맞아 힘든 경기를 펼쳤다.
4쿼터에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3점포를 쏘는 등 31분을 뛰며 총 10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슛 성동률이 낮았다. 3점슛을 6개나 던졌는데 4쿼터에 하나만 들어갔다. 그래도 4쿼터에만 6점을 넣은 것이 팀의 역전승에 큰 도움이 됐다. 김정은은 경기후 인터뷰실로 오면서 "오늘은 내가 아니라 (박)혜진이가 인터뷰해야하는데"라며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친정팀과의 첫 경기였는데 어땠나.
▶어제부터 기분이 묘하긴 했다. 12년 동안 몸담았던 팀이라 상대로 뛴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고 묘했다. 하나은행이 어떻게 플레이를 하는지 알다보니 생각이 오히려 많아져서 플레이가 매끄럽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외국인 선수가 압도적이지 않기 때문에 나와 혜진이, (임)영희언니가 잘해줘야 하는데 영희 언니와 혜진이는 우승경험이 있고 이 팀에 오래 있어서 잘하는데 역시 내가 문제인 것 같다.
-4쿼터 중반 9점차로 벌어졌는데.
▶9점차로 벌어지면 조금 힘든 상황이기는 한데 이상하게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 우리은행은 시소경기서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 동료를 믿었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하나은행 동생들이 경기를 너무 잘했고, 우린 경기력이 좋지 않았는데 마지막 집중력의 차이가 난 것 같다. 혜진이나 영희언니는 5연패한 구력이 있더라.
-직접 체험하는 우리은행은 어떤가.
▶하나은행 때 우리은행과 할땐 10점을 이겨도 되게 불안했다. 여기와서 해보니까 훈련량이 달랐다. 시즌 중에도 훈련이 비시즌과 똑같다. 그런 것에서 힘이 나오지 않나 싶다. 아직은 못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시즌전 밸런스가 좋아서 될 줄 알았는데 시즌 들어와서는 아직 녹아들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영희 언니와 코칭스태프에서도 조언을 해주고 있어서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지난 삼성생명전에선 3점슛 성공률이 좋았는데.
▶오늘은 외곽찬스가 많이 났는데 이상하게 안들어갔다. 던질 때 들어갔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안들어가더라. 심리적인 게 있지 않았나.
-위성우 감독이 3분53초남기고 자유투를 던질 때 교체할 생각을 했다고 말했는데.
▶오늘도 경기 내내 질책을 받았다. 감독님이 가끔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혼내시는데 그래도 뒤에 가서는 챙겨주시는 것도 있다. 비시즌 때부터 지금까지 감독, 코치님들이 나를 어떻게든 재기시키려고 나에게 공을 들이는 느낌이 들었다. 나 또한 훈련도 참고 했는데 막상 시즌에서 반도 못보여주고 있어서 나보다 감독 코치님이 더 속상해 하실거다. 그게 맘에 걸린다. 죄송스럽다.
-많은 훈련량이 힘들 것 같은데 다른 선수들의 조언이 있었나.
▶훈련을 하면서 시즌을 치른 적이 없어서 사실 힘들다. 동료들이 나 때문에 이기고 싶어하고, 지면 내가 자책할까봐 열심히 뛰고 있다. 내가 힘들어 하면 영희 언니나 혜진이가 첫해 때는 다 힘들었다. 2∼3년쯤 하면 적응이 된다고 하더라. 2, 3년을 어떻게 버티나 싶다. 동료들의 힘을 받으면서 하고 있다. 아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