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이 처음이라 떨리네요."
모두가 '괴물'이라고 했지만, 시상식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은 영락 없는 '초짜'였다.
"영플레이어상 소감을 준비는 했는데 잘 말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모두가 수상을 예상했지만, 혼자서 표정 관리하지 못하는 모습도 확실히 '신인'이었다.
이변은 없었다. 데뷔 첫 해 '절대 1강' 전북의 포백 라인을 책임진 '괴물신인' 김민재(21·전북)가 K리그 최고의 신예로 선정됐다. 김민재는 20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어워즈에서 120표를 받아 이영재(울산) 황현수(서울)를 제치고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수비수가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민재는 베스트11에도 이름을 올리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수상 전 얼떨떨 했던 김민재는 막상 무대 위에 올라서자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축구 열기가 떨어졌다고 한다. 야구로 넘어간 팬들이 오실 수 있도록 나부터 노력하겠다." 신예의 패기 넘치는 소감에 큰 박수가 쏟아졌다.
김민재는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핫 가이였다. 시즌 개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주전을 상징하는 '비조끼조'에서 겨울을 보냈다. "이재성 2탄이 나온 것 같다"는 최강희 감독의 극찬 속 단숨에 전북의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김민재는 그 기대에 100% 부응했다. '홍명보와 최진철을 섞어놓은 수비수'라는 극찬 속 29경기에 출전해 전북의 우승을 이끌었다. 수비난에 시달리던 신태용호가 김민재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월드컵 탈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 A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김민재는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2연전에 모두 선발출전해 맹활약을 펼쳤다.
그런 김민재에게 영플레이어상 수상은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김민재의 첫 목표는 그저 경기를 뛰는 것이었다. 막강 전력의 전북에서 주전이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민재 스스로도 "워낙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랬는지 A대표팀 보다 전북 데뷔전이 더 떨렸다"고 했을 정도. '내 몫만 하자'고 했던 김민재의 첫 시즌은 장밋빛으로 바뀌었다. 김민재는 "경기를 뛰면서 즐기기 시작했다. 조금씩 편해지더라"며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언급되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때부터 더 신경을 쓰면서 뛰었던 것 같다"고 했다.
모든 것을 이룬 김민재지만 만족은 없다. 그는 올 시즌 "10점 만점에 7~8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 부족한 2~3점을 채우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김민재는 "올 시즌 경고도 받고, 퇴장도 받았다. 더 기술적으로 변해야 한다. 그런 점을 보완한다면 10점이 될 수 있다"고 이를 악물었다.
휴가의 계절인 겨울이 왔지만 김민재는 더 바쁘다. 무릎 부상 후 재활에 한창인 김민재는 1월 3개팀 중 하나의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전북, 23세 이하 대표팀, A대표팀 모두 김민재를 원하고 있다. 김민재는 "바쁘면 좋은 것 아니겠나"며 "빨리 형들이랑 경쟁하고 싶다"고 웃었다. 이제 겨우 21세, 김민재는 더 많은 것을 이뤄내길 원한다. MVP를 수상한 이재성은 그의 좋은 롤모델이다. 김민재는 "재성이형이 영플레이어상 받고 MVP 됐는데 감독님이 저도 만들어주실거라고 믿고 묵묵히 하겠다"고 웃었다.
2018년도 하던대로다. 그는 "전북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FA컵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도 잘하고 싶다. 그러다보면 월드컵, 아시안게임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한 김민재의 해법은 그의 별명답게 '괴물' 다워지는 것이다. "괴물로 불리는 것이 좋다. 별명을 지키기 위해서 더 괴물스럽게 하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