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의 벽은 역시 높았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6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중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중국과의 홈경기에서 81대92로 패했다.
전력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낀 경기였다. 1쿼터는 접전으로 흘렀지만 센터 김종규가 부상으로 빠진 2쿼터부터는 끌려가기만 했다. 오세근은 3쿼터 1분이 지난 후 4파울이 돼 많이 뛰지 못했고 허 훈 이정현 이승현 등이 분투했지만 중국은 2m12의 센터 왕저린이 버티고 있는 골 밑은 난공불락이었고 전반 순 밍후이와 후반 딩 양유항의 득점력은 가공할만 했다.
허 재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다음 경기에서 이기면 된다"고 했지만 이대로라면 내년 6월 있을 중국과의 2차전 원정 경기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희망을 버리긴 이르다. 부상을 당한 주전 포인트가드 김선형과 김종규가 돌아오고 리카르도 라틀리프까지 귀화해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중국의 벽을 의외로 쉽게 넘을 수도 있다. 특히 라틀리프는 이미 검증된 실력의 센터인데다 대표팀과 호흡을 맞출 필요 없이 순조롭게 합류할 수 있는 자원이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지난 2012년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유니폼을 입고 KBL에 합류한 라틀리프는 현대모비스에서 3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2015~2016시즌부터 서울 삼성 썬더스로 팀을 옮겨 뛰고 있는 라틀리프는 두차례 외국인선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기량이 뛰어나다. 올 시즌도 28일 현재 평균 25.6득점 14.5리바운드로 득점과 리바운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라틀리프에 대해 "국내선수들과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해와서 신뢰가 쌓인 선수다. 한국선수들에 대해 잘 알고 대표팀의 플레이에 이해력도 있다"며 "라틀리프가 합류해도 큰 변화보다는 지금까지 해온대로 확실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라틀리프의 특별귀화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긴 했지만 아직 마무리되진 못했다. 하지만 내년 2월 정도까지는 법무부 국적심사위원회에서 특별귀화를 최종 승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6월에 있을 중국전에 합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라틀리프가 합류한 대표팀이 적지에서 늘 높기만 했던 '만리장성'을 가볍게 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이번 패배가 아쉬운 만큼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