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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경질' 박경훈 감독 "못했으니까 나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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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했으니까 나가야죠."

박경훈 감독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박 감독과 성남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지난해 12월 성남의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1년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이유는 역시 성적부진이다.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던 성남은 4위에 머물렀다. 준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아산에 패하며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박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27일 오후에 통보를 받았다. 결정은 그 전에 났다고 하더라. 나 역시 코치를 위해 빠른 결정을 내려줬으면 했다. 섭섭하거나 그렇지 않았다. 감독이 기대를 채우지 못했으니 구단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론"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모두 자기 탓으로 돌렸다. 그는 "구단은 열심히 했다. 시즌 초반 성적 안좋았을때도 나를 믿고 기다려 줬다. 코치들도 열심히 해줬다.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고, 열심히 노력한 부분을 마무리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이어 "제대로 팀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리빌딩을 하기에는 조금 늦게 감독직에 올랐다. 여기에 챌린지라는 무대를 잘 몰랐다. 구단도 그랬다. 챌린지에 맞게 팀을 구성하고 운영해야 했다. 이 부분이 후회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불운한 시즌이었다. 동계훈련까지 분위기는 대단히 좋았다. 유럽팀과의 연습경기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스케줄이 꼬이면서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팀의 핵심으로 삼은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쓰러졌다. 대체 외인으로 데려온 선수들 조차 다시 부상으로 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박 감독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약간의 운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박경훈식 축구를 할 수 있는 자원들이 모두 쓰러지자, 박 감독은 수비축구로 방향을 틀었다. 이 선택은 주효했다. 성남은 이후 승승장구하며 꼴찌에서 4위권으로 단숨에 올라섰다. 하지만 급조된 축구에는 한계가 있었다. 박 감독도 결과를 우선시한 축구에 아쉬움이 많았다. 박 감독은 "힘들었다. 우리는 우승을 해야하는 팀인데 뜻대로 안되니까 답답하더라. 그래도 코치들이 잘 준비해서 준플레이오프까지 갈 수 있었다"고 했다.

말을 아끼던 박 감독은 마지막에 속내를 털어놨다. 성남 뿐만 아니라 K리그에 보내는 애정 어린 충고였다. 박 감독은 "모든 팀들이 조금 더 장기적으로 보고 가야 한다. 우승만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우승까지 위한 준비는 정작 부족하다. 우승을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데, 또 부족하다. 결국 내년도 똑같아 질 수 밖에 없다. 준비 과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성남과 짧은 동행을 한 박 감독은 다시 전주대로 돌아간다. 야인으로 K리그를 돌아보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