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대표이사의 '홀인원'이 나오면 두산 베어스가 우승한다?
두산은 최고의 2019시즌을 보냈다. 극적인 정규 시즌 역전 우승 후 한국시리즈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4승무패라는 완벽하게 제압하면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6년 이후 3년만의 통합 우승이었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5년 내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지난 2년은 눈물의 가을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치면서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특히 지난해는 역대 최다승 타이 기록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지만 SK 와이번스에 덜미를 잡혔다. 그래서 더 간절했던 우승 열망. "사실 작년에 더 우승할 줄 알았다"고 털어놓을 만큼 올 해 두산 베어스의 우승 과정은 내부자들에게도 짜릿했다.
12일 우승 인사차 본사를 방문한 전 풍 사장과 김태룡 단장, 김태형 감독은 모두 "극적인 우승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 풍 사장은 "사실 (SK 와이번스와) 9경기 차까지 벌어졌을 때는 정규 시즌 우승까지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당시 우리의 목표는 2위로 시즌을 마치고 한국시리즈에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두산은 역대 최다 경기 차인 9경기를 뒤집고 다시 정상에 우뚝 섰다. 김태형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 프런트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기뻐했다.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승의 가치는 더욱 컸다.
사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도 하나 있었다. 가끔 취미로 골프장을 찾는 전 풍 사장이 올해 5월 '홀인원'을 기록했었다. 내리막 155m 파 3 홀에서 친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홀 근처에서 떨어져 굴렀다. 처음에는 홀 바로 옆에 잘 붙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가서 보니 공이 아주 절묘하게 깃대와 홀 사이 틈에 껴 있었다. 골프를 수십년 친 베테랑 아마추어들도 일생에 한번 하기도 힘든 홀인원 순간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구단 직원들은 "올해 우승할 수도 있겠다"며 2001년의 추억을 소환했다. 2001년에 당시 대표이사였던 고(故) 강건구 사장이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기록했었다. 그리고 그 해 두산은 전년도 준우승의 설움을 떨치고, 한국시리즈에서 구단 역사상 세번째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2001년 우승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은 전 풍 사장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현실이 되자 비로소 활짝 웃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우연이 또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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