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일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볼파크.
LG 트윈스 좌완 김대유(29)가 삼성 라이온즈와의 연습경기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2이닝 동안 단 1안타만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호주 1차 캠프에서 류중일 감독으로 부터 "가장 눈에 띄는 투수"로 평가 받은 선수. 8회말을 삼자범퇴 처리하며 임무를 마친 김대유는 덕아웃으로 들어서며 최일언 투수코치 쪽을 힐끔 바라봤다.
그 순간,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 코치는 냉담한 표정으로 김대유의 시선을 외면했다. 이번 캠프 동안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주고 있는 스승님. 격려나 칭찬이 돌아올 거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차가운 외면이었다.
"아무 말씀 안 하시는거에요. 아, 그제서야 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무슨 문제일까 고민했다. 경기를 복기했다. 그리고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날 밤, 숙소로 돌아온 김대유는 고심 끝에 최 코치의 방을 찾아 노크했다.
"찾아가서 깨져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 최일언 코치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오늘의 피칭이 결과적으로 성공이긴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결국 지금 현재에 멈춤이거나 퇴보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오늘까지의 성과물은 하나도 없는 것"이라며 호되게 야단을 쳤다. "지금까지 연습했던 걸 과감하게 해보고 그냥 실패를 해라. 그 실패가 곧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라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최 코치의 야단은 이유가 있었다. 김대유는 호주 캠프 내내 디셉션(숨김 동작)을 연습해왔다. '대성불패' 구대성 처럼 오른쪽 어깨를 2루 쪽으로 더 틀어 타자가 공 나오는 걸 보기 힘든 폼을 만들고 있다. 호주 1차 캠프 때는 실제 구대성을 만나 공을 숨겨나오는 방법에 대한 원 포인트 레슨도 받았다.
하지만 이날 정작 마운드에 올라가자 타자를 제압하고 싶은 욕심이 살살 차올랐다. 몸을 틀어던지는 생소한 폼보다 원래 편안한 폼으로 자신도 모르는 채 던지고 있었다.
"당장 시합이고 결과를 봐야할 거 같았어요. 솔직히 잘 던지고 싶었거든요. 제가 의지가 약했던 겁니다. 결과를 신경 쓰지 않고 연습하던 대로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그 때문에 코치님께서도 많이 화가 나셨던거죠. 아주 많이 깨졌죠.(웃음) '감사합니다' 하고 나왔어요."
새로 태어나려는 자,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위대한 탄생에는 산고가 따른다.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김대유에게 변화는 알을 깨고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스승은 단 한번의 자극으로 잊지 못할 깨달음을 던진다. 흔들리고, 휘청거릴 지언정 가야할 방향을 잡아준다.
김대유의 야구 인생에 잊지 못할 하루가 흘렀다. 위대한 탄생이 기대된다.
오키나와(일본)=정현석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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