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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추적]KBO리그 '美진출 가능성' 3가지 질문 #5월초개막 #해외판권 #왕웨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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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도곡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KBO리그가 코로나19 여파로 스포츠에 굶주린 미국인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까.

KBO리그가 '야구 본고장' 미국에 본격 진출할 가능성이 생겼다. 그것도 미국 최대 스포츠 전문방송 ESPN을 통해서다. 1979년 개국한 ESPN은 미국을 대표하는 24시간 스포츠 채널이다. 코로나19 여파에 '콘텐츠 가뭄'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방송사이기도 하다. 이들이 간판 기자 제프 파산을 앞세워 한국 야구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2020년 전세계 스포츠는 '올스톱' 상태다. 메이저리그(MLB)를 비롯해 미국 풋볼(NFL), 아이스하키(NHL), 프로농구(NBA), 대학농구 및 대학풋볼(NCAA)의 개막이 모두 연기되거나 리그가 중단됐다. 유럽축구연맹 산하의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나라별 프로리그도 멈췄다.

아시아 야구계만큼은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KBO리그는 오는 21일 팀간 교류전 개막을 준비하는 한편 5월초 시즌 개막도 타진 중이다. 대만프로야구(CPBL)은 이미 지난 12일 정식 개막했다. 코로나19가 진정 단계에 접어든 나라라는 공통점이 있다.

ESPN과의 논의는 아직 시작 단계다. KBO 측은 "구체적인 요청이라기보다 기초적인 문의 단계"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KBO리그의 기회가 될수도 있다"는 희망도 드러냈다. 스포츠에 목마른 미국 방송과 무관중 경기로 자금줄이 막힌 KBO리그의 윈윈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KBO리그가 미국 등 해외에 방송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할까. KBO와 마케팅 자회사 KBOP, 스포TV, 중계권 업체 에이클라, NC 다이노스 등 야구계 관계자들에게 폭넓은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 관계자들이 성의껏 답했지만, 에이클라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답변을 피했다.

▶KBO리그에 '국내/해외 판권'이 따로 있나?

따로 있다. KBO리그 중계권은 지난 2018년까지 에이클라 소유였지만, 2019년 네이버와 카카오, 3대 통신사가 뭉친 '통신·포털 컨소시엄'의 차지가 됐다.

다만 이는 국내 한정이다. KBO리그는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지만 국내용 콘텐츠다. 야구 자체의 저변이 넓지 않고, MLB와 일본프로야구(NPB)가 있는 이상 KBO리그에 대한 해외의 관심은 크지 않다. 해외에서는 생중계는 물론 영상도 보기 어렵다.

해외 판권은 그간 KBOP가 전담했다. 하지만 KBO는 지난 3월 'KBO리그의 국제화 및 저변 확대, 마케팅 수익 확대'를 목적으로 입찰을 진행했고, 단독 입찰한 에이클라가 따냈다. 에이클라는 2020~2023년 KBO리그의 해외 TV, 유무선 중계방송 및 제3자 재판매권에 대한 독점 사업자가 됐다. 중계권 해외 판매가 이뤄질 경우, 코로나19 시국에 걸맞는 적절한 투자가 된다.

스포TV는 두산 한화 LG KIA SK 5개 구단의 청백전 중계를 맡고 있다. 이들 청백전은 KBO와 무관하지만, 해외에서는 볼 수 없다. 스포TV의 중계용 플랫폼(앱)은 저작권 관계로 해외에선 접속할 수 없다. 결국 해외에서 KBO리그를 접하려면 구단 유튜브 영상과 뉴스, 커뮤니티 등 제한적인 소식 뿐이다. 리그가 개막하면 이마저도 대부분 끊기게 된다. 올봄 미국 팬들이 '한국야구 맛'을 보려면 현지 방송국의 중계권 구매가 절실하다.

▶2018년 대만은 NC 중계권만 따로 샀나?

KBO 첫 해외 중계권 판매는 지난 2018년이다. 당시 NC가 대만의 마이너리그 유망주 왕웨이중을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효과다. 당시 대만 업체는 NC의 중계권만을 따냈을까?

그렇지 않다. KBOP 담당자는 "지금까지 KBO리그 중계권은 통합 관리됐다"고 답했다. 대만 측이 왕웨이중의 등판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서는 KBO리그 전체 중계권을 구매해야했다는 것. 국내 MLB 중계가 박찬호와 류현진이 속한 '국민 야구단' LA 다저스, EPL 중계가 박지성이나 손흥민의 소속팀 경기를 우선해온 것과 같다.

하지만 이해 왕웨이중은 5월과 7월, 8월에 걸쳐 잦은 부상을 겪으며 모두를 실망시켰다. 대만 방송사는 NC 외 KBO 경기를 중계하는 등 활로를 찾고자 노력했다는 후문.

새 해외 판권 사업자 에이클라는 어떨까. 이들은 중계권 대행 업체다. 중계권 판매가 이뤄질 경우 계약에 따른 금액만 KBO에 지불하면 된다. 따라서 인기팀 패키지 또는 특정팀 전용 중계권 등 '중계권 쪼개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KBO 중계권은 종전대로 통합관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총장은 "중계권 해외 판매는 우리 입장에선 한국 야구의 저변을 넓히는 대의도 크다. 팀별 중계권 판매는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에이클라 측의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KBO리그의 '5월초 개막'은 가능한가?

KBO리그를 향한 유례없는 관심은 코로나19 셧다운 때문이다. 무관중이나마 5월초 개막과 TV중계가 이뤄진다면, 전세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을 수 있다. KBO가 꿈꿔온 리그 저변 해외 확대 및 팬덤 구축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미 해외 중계도 없는 청백전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상황이다. MLB는 청백전은 커녕 팀단위 훈련 진행에도 난관이 많다.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올시즌이 취소되더라도 서비스타임을 적용함'이라고 미리 합의할 정도다.

미국 야구계는 시즌 단축은 물론 애리조나 고립 경기, 애리조나-플로리다 양대리그, 7이닝 더블헤더, 승부치기 도입 등 아이디어를 절박하게 쏟아내고 있다. 축소된 형태라도 MLB가 개막할 경우, 모처럼 KBO리그를 향했던 관심은 급속도로 식을 것이다.

하지만 KBO리그의 개막에는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KBO는 정상 경기에 앞서 팀간 교류전부터 무관중 경기, 제한적 관중 입장 등의 절차를 공표했음에도 한없이 조심스럽다. 류 총장은 "리그 개막 후 혹시 선수나 관계자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다. 리그 재개가 어려울 수 있다. 더 두려운 건 '돈 때문에 무리하게 조기 개막했다'는 오해"라며 "서두르면 안 된다. 시즌을 단축하더라도 모두가 납득할 때까지 개막을 늦추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50명 아래로 떨어졌다. 대부분 해외 입국자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15일에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2차 시한은 오는 19일까지다. 아직 최종 결정을 미룰 여지가 있다.

14일 KBO이사회는 리그 개막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여전히 이견이 적지 않다. 류 총장은 "팀간 교류전(미니 시범경기)과 개막일 결정은 '개막 2주전'이 마지노선이다. 개막이 연기되면 교류전도 함께 연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O(도곡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