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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9시즌 이후에는 거듭되는 재활 반복이었다. 2010년부터 총 5차례 수술대에 올라 팔꿈치, 손가락,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았다. 수술과 재활을 계속하다 보니 마운드에 오르는 시간보다 견뎌야 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2017시즌이 끝난 후 외야수 이영욱과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KIA를 떠나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사실상 한기주를 위한 트레이드였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한번 시작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 이적 첫 해인 2018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고 33경기에 등판하며 불펜에서 활약했던 한기주였지만, 잔인하게도 다시 통증이 시작됐다. 그는 지겨운 부상과 결별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고 은퇴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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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87 베이스볼 클라쓰'를 찾아 한기주를 만났다. 입구에는 양현종, 백용환, 임준섭 등 절친한 후배들이 보낸 축하 화환이 가득했다.
아프니까 은퇴를 생각했다. 부상이 지겨웠다.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아프면 다 소용이 없었다. 야구를 그만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작년 4월이었다. 삼성 구단에 '이제 그만해야될 것 같다'고 처음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11월에 팀을 떠났다. 삼성에서 시즌 끝까지 운동할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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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구단에 말씀드리고, 5월부터 머릿속으로 구상을 해봤다. 도저히 야구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준비가 필요했다. 8월에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삼성에서 나와 아마야구 경험을 쌓고 싶어서 우신고 야구부에서 5개월 정도 코치로 몸담았다.
솔직히 자격증 따기 어렵다. 다른 선수들이 시험 봤다가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도 많이 봤다(웃음). 열심히 공부해서 땄다. 야구를 평생 했는데도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이 시험에 나온다. 그래도 내가 야구 아카데미를 시작하려면 아마야구에 대해 알 필요가 있었다. 고등학교 코치 경험을 쌓고 싶어서 자격증이 필요했다. 프로에서 오래 있었기 때문에 직접 경험을 해봐야 아마추어 선수들을 가르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고교 코치로 있는 기간동안 배운 것들이 많나.
도움이 많이 됐다. 내가 아이들에게 배운 것도 있다. 프로 출신이기 때문에 보는 눈을 낮춰야 한다. 자기 눈높이에 맞춰서 '나는 되는데, 왜 너는 안돼?'라고 생각하면 절대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선수에 따라 가지고있는 재능과 실력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기준점을 둬서도 안된다. 선수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시작해보니 재미있나. KIA 입단 동기인 김준무 코치와 함께 의기투합한 배경도 궁금하다.
재미있고 때론 힘도 든다. 아이들의 스케줄에 맞추다보니 쉬는 시간이 없다. 그래도 즐겁다. 친구랑 '같이 으?X으?X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준무도 중학교 코치로 워낙 오래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했고, 나도 같이 시작하게 됐다. 트레이닝 코치도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마땅한 장소를 찾는 것부터 훈련 공간을 꾸미는 것까지 일일이 하다보니 쉽지 않았다. 중간중간 '현타'도 많이 왔다.
-사회인이 됐다는 실감이 났나.
우리 둘이서 새벽 3시까지 연습장 그물망 작업을 일일이 다하고, 페인트칠도 직접 했다. 그러다 너무 힘들어서 '이거 왜 하지? 그만할까?'싶기도 했었다. 농담으로 나중에 야구장 대여 사업장도 하나 내자고 했다.(웃음) 이제 그물망 설치하는 것은 자신 있다.
-투수 출신으로서 주로 어떤 조언을 많이 해주나.
중심 이동과 고관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팔로만 던지면 아무리 해도 절대 빨라질 수 없다. 고관절이 부드럽고 힘을 쓸 줄 알아야 좋은 폼에서 부상 없이 던질 수 있다.
-선수 시절, 본인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도 이야기 해주는지.
예를 들면 변화구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변화구는 진짜 내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3년이 걸린다. 그만큼 감각이 있어야 하고 어렵다. 손목의 각도와 어느 지점에서 던져야 스트라이크에 들어가는지 알아야 한다. 나도 수술을 반복한 이후 변화구 연습을 정말 많이 했었다. 1년 내내 변화구만 연습하다가 어느정도 감각을 익히게 됐다.
-프로야구 그리고 선수 한기주로서의 아쉬움이나 미련은 없나.
전혀 없다. 아쉬움도, 후회도 다 두고 나왔다. 좋았던 기억들까지 잊고 새로 시작하려고 한다. 앞으로는 야구선수를 꿈꾸는 어린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좋은 이야기를 한마디라도 더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