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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아들이 펼친 놀라운 퍼포먼스. 믿기지 않는 소식에 아버지는 순간 할 말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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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승천의 기세는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또 다른 외인 투수 샘슨을 상대로 2회 첫 타석에서 초구 147㎞ 바깥쪽 높은 패스트볼을 밀어 가운데 담장 너머 텅 빈 스탠드에 떨어뜨렸다. 이틀 연속 터트린 선제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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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 아들의 데뷔 첫 홈런 소식에 "꾸준히 잘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게 중요하다"는 문자로 일희일비를 견제했던 아버지에게 이틀 연속 선제 홈런포는 선뜻 믿기 어려운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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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곤은 2-0으로 앞선 6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2구째 145㎞ 패스트볼을 당겨 우중월 2루타를 날렸다. 이어 김동엽의 좌중 적시타로 홈을 밟아 득점을 올렸다. 승기를 이끈 초반 3득점이 모두 이성곤의 배트 끝에서 나온 셈.
패스트볼이든 변화구든 가리지 않고 존에 들어온 공에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배트가 나온다. 전날 홈런 이후 자신감이 부쩍 붙었다. 이성곤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처음 상대하는 좋은 투수(스트레일리)라 볼카운트가 불리하기 전에 스트라이크를 놓치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타석에서의 적극성. 환골탈태다. "초구는 타자에게 기회"라는 아버지 이순철 위원의 지론이기도 하다.
이날 경기 후 이성곤은 "상대 1,2선발이라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다고 생각했다. 특정 구종을 노리기 보다는 칠 수 있는 코스로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치려 했다.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팀이 내게 원하는 것이 타격이기 대문에 포지션 관계 없이 능력 이하로 플레이 하지 않도록 매 순간 최선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들의 약진. 한참 뜸을 들이던 아버지 이순철 위원은 담담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뭣이라도 해가지고, 그걸 계기로 해서 자기 인생이니까 야구를 잘했으면 좋겄네. 서른 다 됐는데 언제까지 퓨처스리그에만 있을 수도 없으니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지요."
평소 마이크를 잡으면 비록 아들에게도 가차 없는 독설을 날리던 프로페셔널 해설가. 아들 활약 덕분에 이틀 연속 스튜디오 촬영에 소환 당한 이 위원의 얼굴에서 미소를 완벽하게 지워내기는 어려웠다.
그 환한 표정의 아버지 모습이 아들에게도 전달됐다. "누군가 그 영상을 보내줘 안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모처럼 아버지의 밝은 모습을 봐서 참 좋았습니다."
이 이원은 "PD들이 하도 약을 올리니까. 아들이 첫 홈런 쳤는데 인상을 쓰고 있을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방송용이었어요"라며 쑥스러워 했다. 재채기 처럼 감출 수 없는 것이 바로 속 깊은 부정이다.
아들 이성곤에게 최고의 이틀이 곧 아버지 이순철 위원에게 최고의 이틀이 됐다. "아버지께서 해설하셨으면 못 쳤을 수도 있다"며 빙긋 웃는 이성곤.
자신의 출전경기에 아버지의 해설 중계를 기다리는 날이 머지 않았다.
부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