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일부러 '그 단어' 꺼내지도 않았거든요."
'투수 출신' 손 혁 감독은 에릭 요키시가 놓친 '퍼펙트 찬스'를 무척이나 아쉬워 했다. 키움 히어로즈 요키시는 지난 2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서 7회초 2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예리한 변화구 각도와 제구를 앞세운 요키시는 KIA 타자들에게 7회 2아웃이 되도록 단 한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퍼펙트 행진이 깨진 것은 2아웃 이후 프레스턴 터커 타석이었다. 터커와 승부한 요키시는 3B1S에서 우월 2루타를 허용하며 첫 출루를 내줬다. 더그아웃에서도 탄식이 터진 장면이었다. 2루타를 맞은 요키시는 계속해서 투구를 이어갔고 최형우를 외야 플라이로 잡아내며 실점 하지 않고 7회를 잘 마쳤다. 그리고 8회까지 책임졌다. 8회에도 2아웃을 잡은 후 나주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으나 백용환의 타구가 유격수 직선타로 잡히면서 이날 요키시는 8이닝동안 1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만점짜리 활약을 해냈다. 요키시의 호투를 앞세운 키움은 KIA를 2대0으로 꺾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투수 출신인 손 혁 감독도 누구보다 긴장하면서(?) 요키시의 투구를 지켜봤다. 30일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손 감독은 "보통 그런 경기가 전개되면, 최대한 단어(퍼펙트)를 안 꺼내고 수비 위치나 선수 교체도 잘 안한다. 그날 저도 계속 갔던 길로만 다녔다"며 징크스를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사실 퍼펙트는 투수에게도 꿈이지만, 그걸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꿈이다. 볼 수 있다는 자체가 대단한 거다. 그래서 루틴을 잘 지키고 있었는데 아쉽다"면서 "요키시도 그런 고민이 있을 것 같다. 불리한 카운트(터커 타석 3B1S)에서 (볼넷 주고)노히트노런을 고민했을 것 같은데, 그래도 투수라면 그냥 승부하는 게 맞다. 평생 한번 오는 찬스인데 어떻게 되든 잘한 결정이었다"고 돌아봤다. 또 "안타를 맞은 이후에도 한 이닝을 더 마무리 잘해줬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만약 요키시가 9회까지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면,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또 퍼펙트가 깨진 이후에도 9회까지 던졌다면 완봉승이라도 노릴 수 있었으나 욕심내지 않았다. 대기록 달성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 준 경기였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