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좌완 이재익(26)이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다.
이재익은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 1-6으로 뒤지던 6회말 2사 후 마운드에 올랐다. 프로데뷔 첫 등판.
유신고를 졸업하고 2013년 8라운드 68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그는 여지껏 단 한번도 1군 무대를 밟을 기회가 없었다.
지난 9일 장필준이 내려가면서 처음으로 1군에 콜업 됐다. 임시직이었던 신분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등번호도 44번으로 바꿔 달았다.
콜업 이틀 만에 기회가 왔다.
5점 차 뒤진 비교적 편안한 상황. 하지만 상대할 타자는 결코 편안할 수 없었다. 로하스와 강백호였다. 리그 최상급 타자 듀오. 터프 상황 등판이었다.
첫 상대는 멜 로하스 주니어. 홈런, 타점, 득점 1위, 타격 2위의 리그 최고 타자. 좌완 이재익이 올라오자 스위치 히터는 오른손 타석에 섰다.
힘있는 공으로 초구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연이어 패스트볼이 들어오자 로하스는 놓치지 않았다. 이재익의 몸쪽 144㎞ 패스트볼을 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살짝 멘탈이 흔들린 이재익은 다음 타자 강백호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129㎞ 슬라이더를 던지다 백투백 홈런(시즌 22호)을 허용하고 말았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던 대형 홈런(비거리 130m).
이재익은 후속 타자 유한준을 삼진 처리하고 이닝을 가까스로 마쳤다.
첫 홈런에 비교적 담담하던 이재익도 연속타자 홈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모자를 벗고 마운드 위에서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군 최강 불펜 투수, 1군 무대의 벽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재익은 2군에서 언터처블이었다. 올시즌 퓨처스리그 15경기에서 17⅔ 이닝 동안 18피안타 4실점(평균자책점 2.04), 6홀드. 12탈삼진에 볼넷은 단 4개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이재익 콜업 이유에 대해 "퓨처스리그에서 계속 좋은 결과를 내고 있었다. 그런 선수를 등용시켜야 팀이 지속적으로 좋아진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로하스 강백호 앞 이재익 등판은 자신감을 가지게 하기 위한 벤치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1군 마운드에 처음 선 투수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한 상황이었다.
잊을 수 없는 프로 데뷔전을 치른 이재익. 이날의 악몽이 좌완 유망주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몸에 좋은 쓴 약이 될까, 평생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가 될까.
이재익의 야구 인생에 잊지 못할 하루가 흘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