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대형 방수포'는 비가 내릴 때마다 선을 보이는 KBO리그의 단골손님이다.
내야 전체 뿐만 아니라 외야 일부까지 덮는 대형 방수포의 원조는 야구 본고장 미국. 2000년대 전까지 KBO리그에서 '대형 방수포'는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프로야구 산업이 발전하면서 '영업일'인 경기 개최 뿐만 아니라 선수 부상 및 경기력과 직결되는 그라운드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대부분의 구장에 대형 방수포가 준비됐고, 이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2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LG 트윈스-KT 위즈 간의 맞대결을 앞두고 만들어진 '내야 물 웅덩이'는 그래서 이색적일 수밖에 없었다. 홈팀인 KT 위즈 역시 다른 구단과 마찬가지로 우천에 대비한 대형 방수포를 준비해놓고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 시작을 앞두고 마운드와 홈플레이트에 소형 방수포만을 덮었을 뿐, 내야는 그대로 방치하면서 장맛비로 인한 물 웅덩이가 크게 생기고 말았다. 비가 그친 뒤 KT 측이 복구에 나섰지만, 결국 KBO 경기 감독관은 그라운드 사정에 의한 경기 취소 결정을 내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갑작스럽게 수도권에 뻗친 장마전선의 영향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수도권에는 오전 한때 비소식이 있었을 뿐이었다. 강수량 자체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남부지방에 비를 뿌리던 장마전선이 이날 새벽 중부 지방까지 세력을 뻗쳤고, 결국 무방비 상태의 수원을 덮친 것이다. KT 구단 관계자는 "당초 비 예보가 없어 구장 관리 측에서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마운드, 홈플레이트 보호 조치를 해놓았고, 대형방수포를 깔지 않았다"며 "낮 한때 빗줄기가 잦아들면서 정비를 시도했지만,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결국 철수했다"고 밝혔다.
경기 시작 3시간 전 빗줄기가 잦아들었고, 구장 관리인들은 고인 물을 빼고 새로운 흙을 깔면서 정비에 나섰다. 시작 30여분 만에 물 웅덩이는 사라졌고, 그렇게 경기는 진행될 것처럼 보였다. 실내 훈련을 하던 양 팀 선수들도 그라운드에 나와 간단히 몸을 풀면서 경기준비를 했다. 하지만 경기시작 40여분을 앞두고 KBO 경기감독관은 '진행 불가' 결정을 내렸다. 그라운드를 복구하긴 했지만,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부상 문제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순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홈팀 KT는 입맛을 다실 만했다. 하루 전 7점차 열세를 극복하고 끝내기 승리를 거둔 터였다. 반전한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하는 열망이 컸다. KT 이강철 감독은 "순리대로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추격조와 필승조를 대부분 소모했음에도 거짓말 같은 역전패를 당한 LG가 그나마 반길 만한 비였다. 하지만 선두권 도약을 바라보는 LG도 침체된 분위기를 끊지 못한 채 이어가는 게 달가울 리 없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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