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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R 시장 지각변동,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이 판세를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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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가정'간편'식이 아니다. 제대로된 식사 대신, 한 끼 대충 때울 때나 찾던 대체품(Replacement)이라 무시할 일도 아니다. 과거 간편하게 허기를 달래려고 할 때나 찾던 HMR(Home Meal Replacement)이 오히려 주식 대접을 받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빠르게 성장하던 HMR 매출이 코로나19 이후 무서운 속도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온 가족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식사 패턴이나 구매 채널 등이 크게 달라졌고, HMR 시장 또한 요동치고 있다. 30년간 1등 자리를 지켜온 절대 강자의 아성이 흔들리는가 하면,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빠르게 포착해낸 브랜드들은 놀라운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HMR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달라진 코로나19 이후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 그로 인한 지형도 변화를 살펴본다.



▶비대면 구매·아침보다 야식이나 간식 같은 '4th Meal' 트렌드 확산 등 달라진 생활패턴이 HMR 판도를 바꿔

CJ제일제당이 2월 28일부터 3월 1일까지 서울을 포함한 전국 광역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슈에 따른 식소비 변화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정 내 체류시간 증가로 외식의 비중이 현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개학 연기, 재택 근무 등으로 내식(內食)의 비중이 83.0%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3.5% 증가했다 .'HMR 소비가 늘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46.4%였고,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HMR을 늘릴 것 같다'는 응답자도 5.4%에 달했다.

또 다른 두드러지는 특징은 야식이나 간식 같은 '4th Meal'의 급성장이다. 조사 결과, 지난해 아침과 점심은 전년 대비 끼니 수가 감소했으나 저녁과 야식 등은 끼니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인해 바쁘게 아침식사를 해결할 필요가 줄어들었고, 저녁 이후 여유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다양한 메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피자, 핫도그, 튀김류 등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한 간식이나 안주간편식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 중 지난해 안주간편식 시장의 규모는 7000억원으로, 2016년 '안주야'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진출한 대상이 47.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구매 경로의 변화 또한 눈에 띈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료품과 농·축·수산물을 포함한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16조9629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비대면 선호 추세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강화되고 있다. CJ제일제당 설문조사 결과, 지난 1월 말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온라인 구매 비율은 39.3%를 기록했는데,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2월 23일 이후 온라인 구매 비율은 44.2%로 4.9% 늘었다. 이에 따라 과거 HMR의 주된 판매처였던 편의점보다 온라인 유통채널들이 부상하고 있다.

실제 한국야쿠르트의 온라인몰 하이프레시의 경우, 지난 1월에서 5월까지 약 199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89.5%의 놀라운 신장률을 기록했다. 동원의 온라인몰 동원몰 또한 2분기 가파르게 성장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약 50% 매출이 올랐다. 작년 연말기준 70만명에 머물렀던 회원수도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늘어나면서 현재 100만명을 넘어섰다.

남성호 CJ제일제당 트렌드전략팀장은 "경제적, 사회적 이슈는 물론 소비자의 생활 방식과 소비 패턴 변화가 식문화 트렌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중장년층 등 다양한 연령대에서 HMR을 새로 접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향후 폭발적인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또한 "HMR 관련 트렌드 변화는 향후 급성장할 시장을 분석할 주요 키워드를 제시해주는 측면에서 상당히 유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비비고'는 어떻게 HMR 시장을 '접수' 했나

HMR 시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주요 브랜드 중 하나인 한국야쿠르트의 잇츠온의 경우 지난 1월에서 6월까지 약 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20.5% 성장한 수치다. 동원F&B 또한 2분기 실적에서 드러나듯, HMR 관련 상품의 매출 상승이 동원홈푸드를 비롯한 동원F&B 주요 자회사의 실적 부진을 상쇄할 만큼 컸다.

이런 가운데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HMR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CJ제일제당의 성공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HMR의 대표 카테고리 중 하나인 죽 시장의 놀라운 판도 변화를 통해 '비비고'의 성장 키워드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6월 2일 글로벌 통합정보 분석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CJ '비비고 죽'은 지난 4월 기준 상품죽 시장점유율에서 39.4%를 기록했다. 간편식 죽의 대명사로 불리는 동원F&B(39.1%)를 0.3% 앞섰다. 1% 미만의 근소한 차이지만 동원은 1992년 양반죽 출시 이후 30년 간 지켜온 선두 자리를 CJ에 내주게 된 것이다. CJ제일제당이 '비비고 죽'을 출시하기 전까지만 해도 동원F&B는 2018년 점유율 60.2%를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 우위를 지켰다. 2위인 오뚜기(26.8%)와도 큰 격차를 보일 정도였다.

이처럼 30여년간 굳어진 판세를 '비비고 죽'이 확 뒤집을 수 있었던 1등 공신은 바로 '파우치 죽'이다.

'파우치 죽'은 죽을 비상식에서 일상식으로 만들었으며, 유통 판로도 바꿔 놓았다. 기존엔 편의점 용기 죽으로 간단히 요기하거나 전문점에서 포장해 갔다면 이제는 넉넉하게 구입해뒀다가 언제든 필요할 때 가정에서 데워 먹는 것으로 소비 방식이 변했다. 판매 경로에도 변화를 가져 왔다. 실제 주로 편의점에서 많이 팔리던 죽이 지난해에는 할인점(35.1%)에서 제일 많이 팔렸다.

2018년 11월 국내에서 처음 '파우치 죽'을 선보인 CJ제일제당은 상온 파우치 패키지와 용량 등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넉넉한 용량에 대한 니즈가 높아졌고, 중고등학생 등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도 용기형태보다 파우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2018년 죽 시장의 6%에 불과했던 '파우치 죽'의 비중은 2019년 1분기와 2분기 각각 24%, 29% 증가했다. 이후 2020년 1분기에는 절반에 가까운 49%까지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은 다른 식품업체보다 비교적 늦게 죽 시장에 진출했지만 소비자들의 달라진 생활패턴을 정확히 읽어내고 한발 앞서 나갔다"며 "매년 소비자들은 다양한 HMR 브랜드, 카테고리, 제품들을 경험함으로써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경험해가고 있다. 또 역으로 소비자들의 달라진 생활 방식이 브랜드들의 새로운 제품 개발과 발빠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만큼, 급변하는 HMR 시장에서 영원한 1등도, 꼴찌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