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선수민 기자] 불펜 수난 시대 속에서도 조상우(키움 히어로즈)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구원 투수 중 유일한 0점대 평균자책점. 이 페이스라면 데뷔 첫 구원왕 타이틀도 유력하다.
키움은 올 시즌도 불펜 왕국이다. 리그 불펜 평균자책점이 5.11인 가운데, 키움은 평균자책점 4.01로 이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시즌(불펜 평균자책점 3.41)에 이어 불펜에서 만큼은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키움의 마무리 조상우가 있다. 조상우는 올 시즌 32경기에 구원 등판해 4승1패, 21세이브, 평균자책점 0.50을 기록하고 있다. 블론세이브는 단 한 번도 없다. 7월 3일 수원 KT 위즈전에선 2-2로 맞선 9회말 등판해 황재균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이날 기록한 1패가 있을 뿐, 세이브 상황에서 한 번도 실패가 없었다.
조상우의 진화는 끝이 없다. 지난해 복귀한 조상우는 강력한 구위를 뽐냈다. 2018시즌을 거의 통째로 날렸지만, 착실히 몸을 만들었다. 그 결과 평균 구속 152.2㎞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구위를 뽐냈다. 최고 구속은 150㎞ 후반대까지 나왔다. 셋업맨과 마무리 투수를 오가면서 48경기에서 2승4패, 8홀드, 20세이브, 평균자책점 2.66을 마크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 어깨 부상이 찾아왔다. 우측 어깨 후방 견갑하근 근육 손상 진단을 받았다. 거의 한 달 이상을 쉬었다.
올 시즌 성적은 더 대단하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8.8㎞로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비교하면, 9이닝 당 탈삼진이 8.75개에서 9.59개로 증가했다. 볼넷은 9이닝 당 1.52개에서 1.51개로 줄었으며, 피안타율(0.253→0.195)과 피출루율(0.289→0.236)도 낮아졌다. 15번 이상의 세이브 기회에 등판한 투수 중 블론세이브가 없는 투수는 조상우가 유일하다. 그는 21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모두 세이브를 따냈다. 원종현(NC 다이노스·17세이브), 김재윤(KT 위즈·12세이브), 김원중(롯데 자이언츠·12세이브) 등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다.
노력의 결과물이다. 조상우는 구속 하락에 연연하지 않았다. 대신 제구와 변화구에 집중했다. 조상우는 지난해 겨울 체인지업 연마에 힘 썼다. 패스트볼 비중을 조금 낮추는 대신 체인지업 비중을 약간 높였다. 빠른 슬라이더에 체인지업까지 더하니 타자들은 조상우의 결정구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패스트볼의 위력도 배가 되고 있다. 게다가 공 끝에 힘이 있어 구속이 낮아진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건강한 몸도 큰 수확이다. 조상우는 지난 시즌 초반 수차례 타이트한 상황을 겪으면서 피로도가 쌓였다. 올해는 한 번도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았다. 담 증세로 며칠 휴식을 취한 게 전부였다. 손 혁 키움 감독도 조상우의 등판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 결과 올 시즌 매월 평균자책점 0점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리그 전체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15였다. 올해는 5.11로 크게 치솟았을 정도로 불펜진이 불안하다. 그렇기 때문에 조상우의 평균자책점 0.50이 더 돋보인다.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