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어렵게 활기를 찾은 야구장에 다시 정적이 감돈다. 프로야구에 생계가 달린 이들은 절망에 빠졌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커지자 정부는 서울, 경기도 지역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1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279명에 달했고, 16일에는 197명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최근까지 50명 전후를 유지했던 추이에 비하면 크게 상승한 수치다.
정부 방침에 따라 서울 잠실구장과 고척스카이돔, 수원 케이티위즈파크는 16일부터 다시 무관중으로 전환했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을 사용하는 SK 와이번스도 18~23일 무관중을 선언했다. 인천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지역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구단은 예방 차원에서 무관중 일시 전환을 결정했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두산전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관중을 받기 시작한지 채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다. KBO리그는 5월 5일 무관중으로 개막해 2개월 이상 관중 없이 경기를 치러왔다. 지난달 26일 전체 수용 인원의 10% 수준으로 관중 입장이 시작됐고, 11일부터는 30% 미만 수준까지 퍼센티지를 끌어올린 상황이었다.
관중 입장으로 인해 야구장에도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그동안 문을 꽁꽁 잠근 채 허송세월하던 야구장 내 여러 업체도 영업을 재개했다. 관중석에서 물, 음료만 제한적으로 섭취할 수 있고, 음식물은 지정된 구역에서만 먹을 수 있어서 모든 상점이 문을 연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관중 입장으로 인해 수입이 없었던 상점들이 영업을 다시 시작한다는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다. 판매율이 저조했던 '굿즈샵'도 모처럼 호황기를 누렸다.
무엇보다 관중 입장 이후 선수들의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더 좋아졌다.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면서, 집중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고충이 있었는데 관중 입장 이후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다. 육성 응원은 금지됐어도, 관중들의 박수와 응원만으로 야구장 풍경에 생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감염 추이가 악화되면서 이 모든 것이 다시 멈췄다. 수도권 A 구단 단장은 전화 통화에서 "야구장이 겨우 활기를 찾은 듯 했는데 너무나 아쉽다. 예방 수칙을 철저히 따라야 하는 게 맞고 너무나 당연하지만, 구단도 재정적으로 힘든 와중에 또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니 걱정이 태산"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조금이나마 적자를 만회하고자 동분서주했던 구단들의 살림살이가 다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최악의 가정은 지금보다 상황이 오래 유지되거나,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확산세가 더욱 커져 선수단 밀접 접촉자 중에 확진자가 나오면, 리그 중단까지도 될 수 있다. 모두가 힘든 2020시즌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