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월 4일부터 퓨처스리그 일부 경기를 대상으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로봇심판)을 시범 운영 하고 있다. 모든 투구를 실시간 트래킹하여 각 타자별로 설정된 스트라이크 존 통과 시 볼-스트라이크를 측정. 그 결과를 주심이 착용한 이어폰에 음성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로봇심판은 정확한 판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주심은 로봇의 음성을 듣고 볼이나 스트라이크 콜을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주심이 직접 판단하는 것과 달리 약간의 시차가 생긴다. 자연스럽게 스트라이크 콜을 할 때의 액션도 사라지게 된다. 특히 루킹 삼진 때의 주심 콜은 심판들마다의 개성과 특징이 나오는 순간이다. 야구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도 있는 흥미로운 모션이 사라질 수도 있다.
심판 경력 11년째인 KBO 심판위원회 소속 이용혁 심판위원(40)은 삼진 콜을 할 때 아주 역동적인 액션을 취하는 편이다. 몸을 좌측으로 비틀면서 양손을 올린다. 아주 인상적인 그의 삼진콜 포즈를 보면, 일본의 유명한 심판 모습이 떠오른다. 일본야구기구(NPB)의 시키타 나오토 심판위원(49)은 이용혁 심판과 거의 비슷한 액션으로 삼진 콜을 한다. 일본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그 모습이 멋지다며 인기가 많다. 야구 게임의 그래픽으로도 나올 정도다. 그는 삼진 콜을 할 때 양 팔과 양 다리의 형태가 한자 '만(卍)'과 비슷해 '만자의 시키타'라는 애칭도 있다.
이용혁 심판에게 시키타 심판의 포즈를 참고해서 삼진 콜을 연구했는지 물어보니 "맞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용혁 심판은 "5년전부터 1군 심판을 맡으면서 어떻게 삼진 콜을 할지 고민했습니다.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의 심판들의 영상을 많이 보고 여러가지를 시도해봤는데, 특히 시키타 심판을 인상깊게 봤고 따라 해봤습니다. 제 삼진콜 타이밍과 잘 맞았습니다. 그래서 3년전부터 하고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심판들은 정확한 판정을 내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커리어가 쌓일 수록 선배에게 개성있는 콜에 대한 허락을 받는다. 이용혁 심판도 그 과정에서 시키타 심판의 포즈를 보게 됐다.
사실 '卍자 콜'을 하는 심판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게 아니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때 주심을 맡았던 대만의 황쥔지에 심판(53)도 비슷한 액션으로 삼진 콜을 한다. 당시 황 심판에게도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물어보면 "시키타 심판의 존재를 알게 돼서 그 포즈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이용혁 심판 역시 아시안게임때 황쥔지에 심판의 콜 영상을 봤다고 한다. 심판들도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국내외 상관 없이 좋은 기술을 연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향상하려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용혁 심판은 액션으로만 주목받는 심판위원은 아니다. 정확한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하는 심판 중 한명으로서 평가를 받기도 했다.
요즘 KBO리그에서는 심판들의 오심에 대한 비판이 많아지고 있다. 잘못한 판정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것은 이해하지만, 심판들도 선수처럼 노력과 연구를 거듭하고 그라운드에 서있다는 배경을 이해하면 또 다른 시선으로 야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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