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3일 롯데전은 탐색전이었다.
25일 대구에서 열린 LG와의 2연전. 삼성 새 외국인 타자 다니엘 팔카(29)의 배트가 돌기 시작했다.
2경기, 결과는 극과극이었다.
25일 LG전에서는 데뷔 첫 안타와 첫 홈런으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결승 홈런으로 3연패를 끊었다. 삼성이 애타게 기다리던 거포의 본격적 데뷔를 알린 인상적인 한방.
하지만 예열했던 방망이는 다음날인 26일 LG전에서 주춤했다.
첫 두 타석에 연속 삼진을 당하더니 평범한 뜬공과 땅볼로 물러났다. 4타수 무안타 2삼진. 팔카의 침묵과 함께 달아나는 점수를 뽑지 못한 삼성은 결국 후반 역전패를 허용했다.
무안타 경기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 하지만 과정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날 팔카를 상대한 LG 투수 이민호와 이정용은 스트라이크 존 좌우를 폭 넓게 활용하며 코너 승부를 펼쳤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1회말 첫 타석에 몸쪽 꽉 찬 142㎞ 패스트볼에 데뷔 첫 루킹 삼진을 당한 팔카는 2회말 두번째 타석에는 바깥쪽으로 가라앉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5회 세번째 타석에서는 141㎞ 바깥쪽 높은 패스트볼에 풀스윙이 아닌 컨택트 히팅 속에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몸쪽 공에 대한 부담 속에 나온 수동적 반응이었다.
7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쓰리볼에서 이정용의 143㎞짜리 바깥쪽 패스트볼을 당겨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의식적으로 노려서 쳤지만 낮게 깔린 패스트볼의 구위를 이겨내지 못했다.
오랜 공백 끝에 이제 막 낯 선 KBO리그에 데뷔한 팔카. 몸쪽 공과 패스트볼은 당장의 극복 과제다.
미국보다 좌우로 넓은 스트라이크존. 몸쪽 S존에 대한 적응은 모든 외인 타자들이 KBO리그 데뷔 초기에 겪는 시행착오다.
패스트볼에 대한 결과도 썩 좋지 않았다. 25일 데뷔 첫 안타와 홈런은 각각 체인지업과 커브 등 변화구를 공략한 결과였다.
5개월 여의 실전 공백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에 비하면 훨씬 덜 강력하지만 살아있는 공을 친지 오래다. 아직까지 빠른 공에 타이밍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패스트볼에 대한 적응력은 경기가 거듭될 수록 빠르게 좋아질 전망. 허삼영 감독 역시 "최소 5~6경기는 치러야 한다"며 정상 궤도로의 진입에 시간이 필요함을 암시했다.
다만, 몸쪽 공에 대한 자신의 S존 확립은 연착륙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다. 팔카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홈플레이트에서 멀리 떨어져 서 있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면서 타격을 한다. 첫 삼진을 당한 몸쪽으로 테일링 되는 공을 정타로 맞히기 쉽지 않다.
몸쪽 공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현미경 분석을 마친 상대 투수들은 집요하게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덩달아 바깥쪽 공에 대한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다행인 점은 팔카의 파워가 이미 입증된 만큼 제구에 자신이 없는 투수라면 선뜻 몸쪽 승부를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 조금만 가운데로 몰리면 홈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긍정적인 면은 팔카가 선구안이 좋은 타자란 점이다. 경기를 거듭할 수록 쳐야 할 공과 참아야 할 공을 구분할 공산이 크다. 경기를 치르면서 적응하는 수 밖에 없지만 시간은 팔카 편이다.
하지만 팀 사정은 급하다. 데뷔 초기 과제를 얼마나 빠르게 극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삼성 타선의 파괴력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갈 길이 급한 삼성으로선 팔카의 빠른 연착륙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