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서로가 서로에 대해 쉽게 이길 수 없는 팀이란 점을 인정했다.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NC 다이노스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낸 두산 베어스의 최고무대를 바라보는 당사자들은 장기전을 예상했다.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참가한 6명의 감독과 선수 중 5명이 6,7차전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NC 이동욱 감독과 양의지 박민우, 두산 김태형 감독과 박세혁 이영하 등 6명은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1차전을 하루 앞두고 입담 대결을 펼쳤다. 아무래도 한국시리즈라 가벼운 농담 보다는 진지한 대답이 주를 이뤘다.
가장 먼저 몇 차전까지 예상을 하냐는 질문에 양의지만 손가락 5개를 폈고, 김 감독과 박세혁 이영하 박민우 등 4명이 6차전, 이 감독이 7차전을 예상했다.
유일하게 승부를 한 손 안에 담은 양의지는 "빨리 끝내고 싶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왜 4차전으로 하지 않았냐는 질문엔 "4차전으로 끝나면 주말이라 (창원으로)내려갈 때 길이 막혀서 평일로 했다"며 재치있는 마무리. 6차전으로 예상한 박세혁과 이영하는 이구동성으로 "둘 다 강팀이라 치열한 경기가 될 것 같아서"라고 했다.
이 감독은 "창원NC파크에서 팬들과 함께 하지 못해 아쉽지만 우승해서 트로피를 창원으로 꼭 들고 가겠다"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상대팀이 된 두산에 대해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라면서도 "한국시리즈는 실력 외에 운도 많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운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김 감독은 "영광스런 자리다. 좋은 선수와 구단을 만나서 이 자리를 6년째 오고 있다. 이 자리에 올라오면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도 "NC는 정규시즌 1위팀인만큼 강팀이다. 투수는 물론이고 타선이 짜임새가 있다. 빠른 타자, 정교한 타자, 힘있는 타자가 골고루 있어 힘이 느껴졌다. 양의지가 와서 많이 도움이 됐겠지만 그걸 떠나서도 탄탄한 팀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라며 경계심을 표출했다.
상대보다 더 나은 점이 있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두산과 비교하기보다는 똘똘 뭉치는 그 힘을 믿고 있다"라고 했고, 김 감독은 "아무래도 경험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우리의 힘"이라고 말했다.
우승을 하기 위한 투타 키 플레이어로 이 감독은 양의지와 구창모를 꼽았고, 김 감독은 최원준과 오재일을 얘기했다. 이 감독은 "구창모가 호투를 보여준다면 팀에 끼칠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구창모는 전반기에 9승을 거두면서 팀이 정규시즌 1위로 올라서는데 큰 역할을 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후반기에 재활을 해왔고 시즌 막판 1경기를 던지며 한국시리즈 등판 가능성을 높였다. 국내 에이스로 2차전 혹은 3차전에 나올 투수이기 때문에 NC의 우승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김 감독은 "오재일이 살아나주면 나머지 선수들도 시너지 효과를 얻어 살아날 것 같다"라고 했다. 오재일은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에 나섰지만 15타수 1안타, 타율 6푼7리의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NC와의 정규시즌에서는 타율 3할2푼2리에 2홈런, 9타점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한국시리즈에서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조심해야할 선수로 이 감독은 두산 크리스 플렉센과 오재일을 뽑았다. 플렉센이 부상 이후 돌아온 후반기부터 엄청난 피칭을 보인데다 플레이오프 1차전과 4차전에서 호투를 펼쳤다. 게다가 NC는 달라진 플렉센과 마주한 적이 없었다. 오재일은 NC전에 강했기에 더 조심해야할 타자로 꼽았다.
김 감독은 특정 선수를 언급하기 보다는 보직을 말했다. "투수쪽은 우리 왼손 타자를 상대할 왼손 투수를 경계해야할 것 같다. 타자쪽에선 중심타자도 있지만 박민우 이명기 등 정확성 있고 발빠른 타자들의 출루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친정팀과 싸우는 양의지,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나성범, FA가 많이 포함된 두산 등 많은 얘기거리가 있는 한국시리즈가 이제 시작된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