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8일 전주에서 열린 '2020년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을 앞두고 전북 현대 윙어 모 바로우(27)는 비보를 접했다.
아내의 언니인 처형이 사망했다는 소식. 큰 충격을 받은 아내는 당장 고향 감비아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바로우는 경기 전날 늦은 밤 모라이스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사연을 설명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FA컵은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고 흔쾌히 허락했다.
바로우의 결장은 전북 입장에서 큰 타격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여름 전북에 입단한 바로우는 올 시즌 울산과의 현대가 더비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K리그1 역전우승에 결정적 경기였던 10월 울산전에서 결승골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늘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모라이스 감독은 바로우가 경기에 집중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치른 FA컵에서 전북은 경기 초반 주니오에게 선제실점했지만, 이승기의 연속 중거리포로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창단 첫 더블에 성공했다. 바로우는 팀의 우승으로 마음의 짐을 덜었다.
바로우는 감비아에서 장례를 치른 뒤 곧바로 전북이 베이스캠프를 차린 카타르 도하로 이동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준비할 예정이었다. 전북 선수단은 16일 카타르 도하에 도착했다.
그런데 훈련에 나선 전북 선수단에서 바로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때, 바로우는 감비아에서 감비아 대표팀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었다. 무슨 사연일까.
앞서 감비아 대표팀 합류 요청을 받았던 바로우는 개인사 등으로 당초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기로 했었다. 하지만 감비아 축구협회는 바로우 가족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픽업'에 나서는 등 지극 정성을 들였다. 14일 가봉과의 네이션스컵 3차전 원정경기에서 1대2로 패한 감비아 축구협회는 17일 홈에서 열리는 가봉과의 2차전에 꼭 뛰어달라고 바로우를 설득했다.
바로우는 결국 국가의 부름에 응했다. 바카우에 있는 선수단에 합류했다. 벨기에 출신 톰 사인트피트 감비아 감독은 "엄청난 전력 보강 효과"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바로우는 감비아에서 왜 자신의 합류를 원했는지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17일 가봉전 후반 4분, 백패스를 건네받은 상대 골키퍼를 향해 전력질주했다. 바로우의 접근에 당황한 골키퍼는 그만 헛발질을 하고 말았다. 바로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빈 골문을 향해 침착하게 공을 차넣었다. 기선을 제압한 피파 랭킹 157위 감비아는 아프리카 최고의 축구스타 피에르 오바메양(아스널)이 이끄는 가봉(84위)을 2대1로 꺾었다. 조 선두를 탈환하며 본선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바로우가 '개인사' 때문에 감비아에 간 줄 알았던 전북의 일부 직원들은 바로우가 감비아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펼쳤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는 후문.
바로우는 대표팀에서 자신감과 폼(경기력)을 얻은 채 19일 카타르로 향한다. 그곳에서 '트레블' 도전에 나선다. H조에서 1무 1패를 안고 있는 전북은 상하이 상강(22일), 시드니FC(25일), 요코하마 마리노스(12월 1일), 다시 상하이 상강(4일)을 연달아 상대한다. 이동국 이 용 최보경이 빠지고 한교원 이승기가 부상을 안고 있어 스쿼드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다. 4년만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바로우의 활약이 필요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