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여자 프로농구의 1위 싸움이 의외로 싱겁게 끝날 것으로 보인다.
KB스타즈가 새해 첫 경기인 2일 하나원큐전에서 90대69로 낙승을 거두며 9연승이자 시즌 18승째를 찍었다. 승률은 9할4푼7리로, 2위 우리은행과의 승차는 6경기로 더 벌어졌다. 이는 KB와 우리은행이 지난 2017~2018시즌부터 굳건한 2강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한 이후 5시즌만에 가장 크게 벌어진 격차이다.
KB가 우리은행의 호적수로 등장한 시기는 박지수의 입단 후 2년차부터였다. 우리은행은 2016~2017시즌에 2위 삼성생명에 무려 15경기차로 앞선 33승 2패, 단일 시즌 개편 이후 9할4푼3리의 역대 최고 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KB는 5할도 되지 않는 승률로 3위에 그쳤다.
이후 2017~2018시즌부터 박지수가 풀타임 리거로 뛰기 시작하며 두 팀은 지난 시즌까지 초접전을 펼쳤다. 4개 시즌에서 1위와 2위의 승차가 1~2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끝까지 흥미진진한 승부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 시즌의 경우 우리은행이 BNK썸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1위를 확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KB 1강의 양상으로 완전히 변했다. 4라운드를 채 마치지 않은 시점임에도 KB의 정규리그 2번째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가 벌써 '7'로 찍히기 시작했다.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KB가 FA 강이슬의 영입으로 더 강해진 반면 통합 6연패를 달성하는 등 지난 10년 가까이 여자 농구계를 호령했던 우리은행의 세대 교체가 이제 불가피 하다는 점이다.
KB의 초강세는 이미 점쳐졌지만, 박지수와 강이슬의 시너지 효과는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기량 덕분이기는 하지만 3일 하나원큐전에서 시즌 2번째이자 본인의 역대 5번째 트리플 더블을 달성한 박지수의 기록은 이전 3차례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전엔 10~12득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월 20일 BNK전에선 31득점 그리고 3일 경기에선 28득점 등 공격력의 파괴력이 훨씬 컸다. 득점에 관해선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강이슬 영입 효과임은 분명하다. 강이슬 역시 예전보단 3점슛 시도 횟수가 줄었지만 성공률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갈만큼 완급 조절이 훨씬 능해졌다. 이는 역시 골밑에 버티고 있는 박지수의 존재감 덕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주전들의 노쇠화가 눈에 띄고 있다. 부상에서 돌아온 김정은의 체력과 기량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고, 공수 전반을 조율해야 하는 박혜진이 승부처에서만 전력을 쏟아야 할 정도로 스스로 템포 조절을 해야하는 등 체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 최이샘 김소니아도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인한 경기력 기복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은행이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밀착 수비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인데, 이런 모습이 점점 줄어들면서 올 시즌엔 4라운드도 안 끝난 상황에서 5개팀 모두에게 패배를 기록할 정도로 전력이 떨어진 상태다.
따라서 우리은행으로선 신한은행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선 1위 도전보다는 2위 수성이 현실적인 목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챔프전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KB에 미리 꼬리를 내릴 필요는 없다. 맞대결에선 실력 이상의 정신력이 발휘되기에 더욱 그렇다. 두 팀의 정규시즌 맞대결은 앞으로도 3번 더 남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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