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LG 트윈스 정우영이 수상하다. "투심만 던져도 못 친다"던 구위가 아니다.
정우영은 2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시즌 4번째 블론을 기록했다.
3-1로 앞선 7회말 전준우 볼넷, 이대호 중전안타, 안치홍 2타점 3루타, 정 훈 희생플라이를 잇따라 허용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그리고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서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6이닝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한 뒤 내려간 애덤 플럿코의 11승이 무산됐다. 최근 3시즌 동안 평균자책점 1.78을 기록중이던 'LG 킬러' 이인복의 트라우마를 완전히 깨뜨리는데도 실패했다.
정우영은 이날 경기 포함 올해 43경기 40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3패 22홀드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중이다. 6월말부터 서서히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1점대였던 평균자책점이 2점대로 올랐고, 이제 3점대도 눈앞이다.
무엇보다 구위 하락이 눈에 띈다. 155㎞ 안팎이던 투심의 구속이 140㎞대 후반으로 내려오면서 정타가 늘고, 전처럼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땅볼로 끝날 타구들이 내야를 꿰뚫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과정에서 정우영이 보이는 변화가 바로 슬라이더의 비중 증가다. 지난 7월 30일 KT 위즈전이 대표적. 박병호를 삼진, 장성우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는 과정에서 투심보다 슬라이더를 더 많이 던졌다.
이날 경기에 앞서 만난 류지현 LG 감독은 정우영에 대해 "시즌초엔 슬라이더가 걸려서 안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투심 무브먼트가 좋으니까 굳이 슬라이더를 던질 필요가 없었다. 요즘은 투심이 맞아나가니까 상대 노림수를 흔드는 목적으로 슬라이더를 섞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퀵모션과 주자 견제 등 도루에 대한 약점까지 노출됐다. 류 감독은 "주자를 안 내보낼 때는 티가 안 났는데…"라고 아쉬워하며 "이 또한 선수가 발전해나가는 과정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사실 기록에 나타나는 것보다 정우영의 가치는 더 높다. 첫 타자가 우타자냐 좌타자냐 감안하긴 하지만, 대부분 중심타선을 상대로 투입한다. 공이 제일 좋은 투수를 가장 강한 타자에 맞추고 있다. 전반기엔 본인 역할 그 이상을 해냈는데, 후반기엔 아직 결과가 좋지 않다. 선수 본인도 고민이 많을 거다."
이날 경기 후 만난 동점타의 주인공 롯데 안치홍은 "요즘 정우영이 투심 대신 슬라이더를 많이 던진다는 분석을 전달받았다. 꼭 슬라이더를 노린다기보다 우측으로 밀어치는데 중점을 뒀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정우영은 프로 데뷔후 투심 구속을 10㎞ 가까이 끌어올리며 지난해 홀드 2위(27개)에 오르는 등 리그 최상급 불펜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커브와 체인지업 등 구종 추가가 잘 되지 않았고, 상대의 분석과 시즌 중반 이후 구속 저하가 겹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정우영은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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