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6경기에 선발등판해 4승, 평균자책점 1.51. 6경기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2실점 이하를 기록했다. 올시즌 22경기에 나서 10승5패, 평균자책점 2.87. KBO리그에서 거둔 성적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기록이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메릴 켈리(34)가 2015년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었을 때, 선수 자신은 물론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내셔널리그 7월 투수 MVP에 선정된 켈리는 메이저리그 관련 매체와 인터뷰에서 KBO리그 시절을 돌아보며, 야구 인생의 암흑기라고 했다. KBO리그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메이저리그 진출이 불가능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럴만도 하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켈리는 2015년 SK 유니폼을 입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27세 우완투수. 2010년 템파베이 레이스에 8라운드, 전체 251번으로 지명됐는데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는 태평양을 사이에 둔 한국과 미국 거리만큼 멀어보였다. 켈리는 메이저리그 진출 기회가 더이상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보면 KBO리그는 야구 변방. 지금은 인식이 크게 달라졌지만, 전성기가 지난 선수,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선수, 메이저리그 입성이 어려운 선수가 찾는 곳이었다.
켈리는 KBO리그 첫해에 압도적인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11승10패 평균자책점 4.13을 찍었다. 켈리는 KBO리그에서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를 메이저리그 팀이 찾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시간은 켈리의 편이었다.
2018년까지 4년간 통산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 열심히 던졌다. 리그에 적응해 선발투수로서 경쟁력을 키웠다. 2017년에 16승을 거두고 다승 3위, 189탈삼진을 기록해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그를 지켜보던 애리조나가 2019년 손을 내밀었다. 그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3승을 거두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메이저리그 경력없이 KBO리그에서 뛰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자마자 두 자릿수 승을 거뒀으니 그럴만도 하다. 2020년은 5승, 2021년 7승에 그친 켈리는 올시즌 최고 투수로 거듭났다. 켈리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메이저리그에서 던진다는 것, 또 월간 MVP에 선정돼 인터뷰를 한다는 게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은 마음일 것 같다.
켈리는 7일(한국시각)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2실점 호투를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