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잘 되는 집안은 이유가 있다.'
전주 KCC는 2022~2023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연패 전문팀'이었다. 연승을 모른 채 2∼3연패를 거듭하며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그랬던 KCC가 지난해 12월 3일 수원 KT전에서 3연패를 끊은 것을 시작으로 연승을 거듭하며 연패를 모르는, 정반대의 페이스를 달려오고 있다. 그 덕에 5위까지 상승했다.
KCC가 이처럼 달라진 데에는 비시즌 훈련량이 부족했던 양대 핵심전력 허 웅과 이승현이 비로소 경기 컨디션을 회복한 게 큰 이유다. 하지만 팀 스포츠에서 아무리 좋은 전력감이 있다 해도 조직으로 녹아들지 않으면 '모래성'이 되기 십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원팀 정신'이다. KCC의 탄탄한 '원팀 정신'은 최근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 3일 고양 캐롯과의 군산 홈경기에서 더블더블(14득점-14리바운드) 맹활약으로 승리를 이끈 이승현이 사례의 중심이다. 경기가 끝난 후 전창진 KCC 감독은 승리에 잠깐 웃다가도 이내 굳은 표정을 지었다. 이승현을 언급하면서다. "이승현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감독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선수 운용을 했다. 아직 난 모자란 지도자다"라며 자책까지 했다. 이날 이승현을 40분 풀타임 출전시킨 것 때문이었다. 아무리 승리가 급하더라도 주전의 체력 안배를 해주고 식스맨에게 기회를 줬어야 했다는 게 전 감독의 설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승현은 최근 9경기 가운데 8경기에서 32∼40분 거의 풀타임을 소화했다. 지난 12월 31일 '농구영신' 원주 DB전에서 28분 출전한 것은 패배로 일찍 기울었기 때문이었다.
감독은 자꾸 "미안하다"고 하는데 이승현은 "괜찮다"며 감독을 위로한다. 오히려 부상 회복 후 처음 맞는 시즌인데도,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팀의 전투력을 자극하기까지 한다. 이승현은 "나의 고유 플레이 특성을 버릴 수 없었다. 허슬플레이를 위해 웨이트도 더 많이 하고 대비 잘 하면 된다"면서 "주변에서 내 장점이 근성, 투지라고 하는데 부상을 핑계로 버린다면 어떻게 팀에 플러스 요인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감독 마음에 쏙 드는 '예쁜 말'이다. 감독은 서스럼없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선수는 행동으로 화답하는 '원팀' 사제관계인 셈이다.
이승현은 선-후배 동료들과도 '원팀'으로 뭉쳐있음을 내비쳤다. 캐롯과의 경기 4쿼터 2분쯤 지났을 때 사실 몸이 힘들기는 했었다는 이승현. 하지만 힘든 느낌은 잠시, 자신을 다시 일깨워 주고 없던 힘도 나게 해 준 '자극제'가 있었다. 이승현은 "벤치에서 박경상 전준범 형이 나를 응원해주는 소리가 들렸다. '네가 수비를 잘 해줘서 우리 경기가 잘 풀리고 있다. 승현아 고맙다'고 하더라"면서 "팀 동료들이 진심으로 응원해주니까 오히려 힘이 났다"고 말했다.
감독은 특정 선수에게 출전시간이 집중돼 기회가 줄어든 '벤치워머'들이 의기소침할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벤치워머'들은 벤치에서 출전 기회가 주어지기만 기다린 게 아니라 응원으로 함께 뛰고 있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KCC의 '원팀 벤치 응원'은 상승세를 타고 KCC팬들을 춤추게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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