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찾아온다고 했던가. 배우 진선규가 가장 적절한 시기에 영화 '카운트'를 만나게 됐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카운트'는 88 서울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박시헌 선수의 일화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금메달 출신 체육 교사가 오합지졸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지난 2010년 영화 '해결사'의 메가폰을 잡았던 권혁재 감독이 13년 만에 신작으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데뷔 이래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진선규는 일명 '미친개' 선생 시헌 역을 맡아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매력을 뿜어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참가한 시헌은 복싱 라이트미들급 결승전에서 예상치 못한 판정승을 거두게 되고, 편파 판정 논란 속에서 선수 생활 마침표를 찍게 됐다. 하지만 시헌에 위기는 잠시 스쳐가는 바람일 뿐, 결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과거에 '가짜 1등'으로 불렸던 비운의 금메달리스트 시절을 뒤로하고 자신의 모교인 경남 진해중앙고 체육교사로 부임해 복싱팀을 새롭게 창단했다.
복싱팀을 완벽히 구성하기까지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복싱 꿈나무로 주목을 받았지만 아픈 아버지를 돌봐야 했던 윤우(성유빈), 양아치가 되기 싫어 복싱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 환주(장동주), 맞는 게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복안(김민호)까지 저마다 아픔이 존재했다.
특히 시헌과 주변 인물의 관계성은 현실에 마치 있을 법해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집안 환경이 유복한 학생에 억울하게 금메달을 빼앗긴 제자 윤우에게는 말대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선수 시절부터 뒷바라지해 준 아내 일선(오나라)에겐 무뚝뚝해 보여도 알고 보면 순수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랜 무명 생활 끝에 빛을 보게 된 진선규는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정신을 갖춘 배우라는 걸 이미 충분히 입증해 온 바다. 그래서 어쩌면 진선규가 그려낸 시헌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영화 '범죄도시'(2017)를 계기로 신스틸러로 주목을 받기 전까지는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와야 했다. 이 가운데 20년 만에 '카운트'에서 재회한 배우 오나라는 진선규와 함께 공연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진심으로 잘 돼서 기쁘다. 아무리 잘 돼도 배 아프지 않은 배우"라고 애정 어린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카운트' 시나리오 속 시헌은 진선규가 배우가 되기 이전에 꿈꿔왔던 인물이다. 그의 어린 시절 장래희망이 체육교사였고, 고향인 경상남도 진해에서 영화 촬영을 진행했기 때문. 여러 요소들이 운명처럼 딱 맞아떨어지자 권 감독은 "진선규라는 천군만마를 얻었다"며 감격을 표했다. 탄탄한 연기력뿐만 아니라 작품의 스토리텔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 진선규는 많은 이들과 응원과 축하 속에 첫 단독 주연작 '카운트' 개봉을 앞두게 됐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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