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선발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숀 앤더슨(29)을 바라볼 때마다 김종국 감독은 절로 미소가 흐른다.
5경기에 나선 앤더슨의 성적은 2승2패, 평균자책점 3.06. 32⅓이닝을 던져 경기당 평균 6이닝 이상 투구를 착실히 해주고 있다. 내용도 좋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0.93, 피안타율은 2할1푼8리에 불과하다. 볼넷은 단 4개만 내준 반면, 탈삼진 20개를 뽑아냈다. 5번의 등판 중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QS)가 4번이다. KIA가 기대했던 이닝이터 역할에 충실한 모습.
좋은 초반 기세로 오른 자신감 탓일까. 앤더슨은 23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⅓이닝 4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의 QS 피칭으로 시즌 2승째를 거둔 뒤 " 5일 휴식은 좀 긴 것 같고, 오히려 4일 휴식 등판이 경기 준비하는 데에는 더 좋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투수들의 4일 휴식 후 등판, 낯선 모습은 아니다. 거의 모든 팀이 5선발 체제인 KBO리그와 달리 미국에선 4일 휴식 후 등판이 잦은 편. 미국에서의 루틴에 익숙한 외국인 투수들이 종종 KBO리그에서도 4일 휴식 루틴으로 등판을 이어간 바 있다. KT 위즈의 첫 우승에 일조했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가 대표적이다.
마운드 비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수의 4일 휴식 활용은 능력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반면, 나머지 5일 휴식 후 등판에 익숙한 국내 투수 입장에선 로테이션 중간마다 끼게 되는 외국인 투수 탓에 컨디션 조절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전략적 활용은 가능하지만 그만큼 세밀해야 성공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인 셈.
KIA 김종국 감독은 앤더슨의 4일 휴식 후 등판 여부에 대해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화요일 경기에 등판한다면 (4일 휴식 후) 일요일 경기에 등판할 수 있다. (앤더슨이) 5인 로테이션 체제 안에서 지금처럼 6이닝 이상씩만 던져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도니스 메디나가 이닝을 길게 끌고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앤더슨을 4일 휴식 후 활용하고 선발 한 자리를 비우는) 4인 로테이션을 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KIA는 토종 선발진은 양현종(35) 이의리(21) 윤영철(19)이 책임지고 있다. 국가대표 투수인 양현종 이의리, 올 시즌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윤영철까지 10개 구단 토종 선발진 중 가장 경쟁력 있는 구성. 앤더슨의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낸다면 분명 좋은 일이지만, 굳이 토종 선발진에 휴식 변수를 만들면서까지 활용할 이유가 없다는 게 김 감독의 뜻으로 풀이된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